"재산 100억" 철없는 손녀 돈자랑에…퇴직한 中간부 재산 몰수

100억대 재산 과시한 ‘북극 메기’(왼쪽)와 그의 할아버지. 바이두 캡처, 연합뉴스

중국 남부 선전시 전직 공무원이 100억대 재산이 있다는 손녀의 돈 자랑에 부정 축재가 들통나 공산당에서 제명되고 재산을 몰수당했다.

11일 청렴선전망에 따르면 중겅치(鍾庚賜) 선전시 전 교통국 화물관리국 국장이 당에 충성하지 않고 담합행위를 하고, 규정을 위반해 영리 활동을 취했으며 직무를 남용해 이익을 편취한 혐의로 공산당원 면직 처분을 내렸다.

기율위원회·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중 전 국장이 당의 정치 규율과 청렴 규율을 심각해 위반했다고 판단해 그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소득을 몰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75세인 그는 2007년 11월 퇴직했다. 은퇴 16년 만에 부정 축재로 처벌받게 된 것이다. 그의 반부패 혐의가 드러난 것은 그의 손녀가 소셜미디어(SNS)에 집안의 부를 과시하며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지난 3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북극 메기’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그의 가족 7명이 호주에 이민한 사실을 알리며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어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1억 위안·약 184억원)라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비판하는 네티즌에게는 “살찐 돼지는 개숫물만 먹는다”,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자기 할아버지 사진을 올린 뒤 “횡령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글이 논란이 되자 네티즌들은 그가 중겅츠의 손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중겅츠는 현지 언론에 “집에 아홉자리 숫자의 돈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망연자실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상부에 해명했고,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내가 속했던 조직의 명예와 손녀의 학업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해명에도 논란이 확산하자 선전시 교통국은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6개월 뒤인 지난달 “정보 공개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이같은 대응이 중겅츠의 비리를 비호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사에 나선 기율감찰위는 중겅츠의 부정 축재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앞다퉈 다뤘다. 특히 당 기관지와 관영매체들은 공직자들의 부패와 공직 기강 문제를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론을 통해 “북극 메기 사건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부패 분자는 퇴직 이후에도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으며, 부패의 꼬리는 언젠가는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도 ‘퇴직은 부적이 아니고, 반부패(反腐)는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강력한 반부패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은 논평에서 “부정부패 인사는 아무리 깊이 숨어도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없고 당의 기율과 국가의 법률을 피할 수 없다”며 “당의 간부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고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사회적 관심사인 부패를 끝까지 추적하고 끝까지 조사하는 것은 대중의 기대일 뿐만 아니라 부패 척결을 전개하는 중요한 일"이라며 "이것은 반부패의 성과를 검증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당원과 간부들은 기율과 법률을 존중하고 스스로 청렴한 분위기를 조성해 양호한 정치 생태와 사회 기풍의 선도자이자 수호자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