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경고에도 '외유성' 북유럽 연수 떠난 오산시의회
[최경준 기자]
▲ 오산시의회 본회의 모습 |
ⓒ 오산시의회 |
경기 오산시의회 의원들이 태풍 피해가 우려되는 시점에 5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다녀온 북유럽 연수가 뒤늦게 '외유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산시의회 성길용 의장을 비롯해 전도현, 송진영, 전예슬(이상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복, 조미선(이상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 6명은 의회 직원 5명과 함께 지난 8월 10일부터 18일까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을 순회하는 연수를 떠났다.
8월 10일은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전체를 휩쓴 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한 날이다.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은 뒤여서 태풍과 폭우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공무원 등은 비상근무에 돌입했고, 타 지자체와 의회에서는 연수, 행사 등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실제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주택이 무너져 한 명이 다치고, 강한 바람에 간판이 떨어지거나 바람에 뜯긴 창문이 이웃집을 덮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 오산시의회(의장 성길용)은 지난 8월 10일부터 18일까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을 순회하는 연수를 진행했다. |
ⓒ 오마이뉴스 |
'2023년도 오산시의회 공무 국외연수' 일정표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경우 애초에 기관방문은 계획에 없었다. 대신 의원들의 일정은 도착 첫날부터 오슬로 시청사, 왕궁, 칼 요한 거리, 비겔란트 조각공원 등 시내 관광을 진행하고, 유명 관광지인 송네피요르드, 7자매 폭포로 유명한 헬레쉴트-게이랑게르피요르드 등을 방문하거나 오픈카에 탑승해 브릭스달 빙하 관광을 하는 것으로 짜였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바사 박물관, 감라스탄 관광, 초호화 유람선 탑승 등의 일정이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최고 명소로 알려진 테우 라스타모, 수오멘린나 요새, 우스펜스키 사원 마켓광장, 하비스 아만다 조각상, 시벨리우스 공원, 팀 팰 리 아우 켜요 교회 등 주로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계획이었다.
오산시의회 연수 일정표에 기록된 '공식 (기관) 방문'은 스톡홀롬의 노인복지시설, 헬싱키 광역교통공사, 헬싱키 시청 등 세 곳이 전부였다. 6박 9일로 진행된 오산시의회 북유럽 연수가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연수를 위해 소요된 예산은 약 7천만 원이었다. 의원들은 시의회로부터 1인당 440만 원을 보조받았고, 본인이 230만 원을 부담했다. 의원과 의회 직원 11명에게 약 5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외유성이란 목적성 없이 놀러 간 것을 말하는데 우리는 목적성을 띠고 기관 방문도 다 했다"며 "트램 때문에 헬싱키 광역교통공사 방문을 주목적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주요 관광지도 전부 기관에 연계되어서 간 것"이라며 "스웨덴은 복지가 특화된 곳이고, 핀란드 헬싱키에 가다 보니까 지나는 곳(관광지)이 있다. 그래서 가는 김에 (관광지를) 같이 간 것인데, 그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태풍 피해가 예상됐던 시점에 연수를 간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태풍 때문에 연수를 취소하자는 말도 나왔고, 저도 일정을 연기하자고 얘기했다"라며 "하지만 그때 다른 정당 의원도 모두 (예정대로 연수 가는 것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도 "관광 가서 관광 안 하는 것이 어딨나? 관광도 했지만 가야 할 기관 방문도 다 했다"며 "(언론에서 비판 기사를) 쓸려고 하면 한정이 없을 것이다. 꼬투리 잡으려고 하면 여러 가지 있으니까... 제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연수 때 술을 많이 가져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행 가면 소주를 팩으로 가져가는 것은 일반적인 것 아닌가. 저도 가져갔다"면서 "그쪽은 문도 빨리 닫고 가격도 비싸다. 저녁 먹고 같이 온 사람들끼리 서로 소주 한잔 나누는 게 통상적인 일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진보당 오산시위원회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오산시의회가 시민의 세금 5천여만 원을 들여 관광 중심의 북유럽 연수를 부적절하게 다녀왔다"며 오산시의회의 '내로남불'을 비판했다. 이들은 "오산시의회가 과연 (오산시) 체육회의 '체육인의 밤'과 '워크숍' 예산을 중복예산이라고 삭감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보통 뻔뻔하지 않고서는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오산시의회를 향해 북유럽 연수에 대한 보고서 및 영수증이 첨부된 정산 내역을 낱낱이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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