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라는 이유로 기피업무 맡은 교사 68%
[차원 기자]
▲ 기간제교사 교육환경 파악을 위한 긴급 설문조사 주요 결과 |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위원장 박혜성, 아래 기간제노조)이 전국 기간제교사 3109명을 상대로 2023년 8월 11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68.8%의 기간제교사들이 '기간제'라는 이유로 기피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55.5%의 교사들은 같은 이유로 과중한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업무분장시 제출한 본인의 업무희망 의견이 반영되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48.7%의 교사가 '매우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기간제교사들이 업무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56.2%는 아예 '업무분장 희망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정해진 업무분장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고 시정을 요구했을 때, 시정이 됐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역시 50.7%의 교사가 '매우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학교에서 업무분장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해도 결과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는 결국 교육 활동 중 부당한 상황을 직면에도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교육 활동 중 부당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55.2% 중 65.8%의 교사들은 '혼자 참고 넘어갔다'고 답변했다. 부당한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것이다.
혼자 참거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이유를 물으니 56.8%가 '대응해 봤자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28.8%가 '신고 후 생길 더 큰 불이익 때문에'라고 답했다. 기간제교사의 특성상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 1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2년 차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지부 본부장,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 지부장,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
교육 활동에 어려움을 주는 원인으로는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것과 각종 차별이 1순위로, 과중·기피업무가 2순위로 꼽혔다. 25.4%는 계약 연장을 빌미로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도 답했다.
학교관리자로부터 교육활동 침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22.1%였으며, 부당한 학부모 민원에 교육활동을 침해당했다고 느낀 교사는 44%였다. 그런 가운데 77%의 교사들은 '학교와 교육청이 차별개선, 교육활동 보장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교사들은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담임과 학폭 및 생기부, 나이스, 보충수업, 기초학력 등 정규교사가 기피하는 업무를 동시에 맡고 정규교사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교내외 직접적인 청소 지시도 요구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험 출제 간섭, 수업 시간 중 교장실로 호출, 정규교사는 가능한 교실 마이크 사용 금지, 정규교사관련 민원에 대신 사과 연락을 지시, 퇴근 후 사립학교 재단 업무 지시, 부당 지시 거부 및 업무 조정 요청에 재계약 불가 및 계약 파기 협박, 방학 중 출근 강요, 가족돌봄휴가 불가 또는 제한 등과 같은 피해사례 제보도 이어졌다.
한편 기간제노조는 1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교사로서의 고통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고용불안이라는 이중고의 시달리는 기간제교사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라"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요구했다.
현장발언에 나선 한 2년 차 사립학교 기간제교사는 "민원전화를 걸어 정규교사인지 기간제교사인지를 묻는 학부모에게 '빨리 학교에서 나가라'는 폭언을 듣고, 행정실장 주도로 학교 관리자와 동료 선생님들 앞에서 원하지 않는 공개수업 시연을 해야 하는 모욕을 당했다"며 "정규교사든 기간제교사든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다. 기간제교사라고 이렇게 인격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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