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장관 "9ㆍ19군사합의, 우리 정찰자산 과도하게 막고 있어"
북한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가 한국군 정찰자산 운용을 과도하게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합의의 효력 정지나 폐지 여부는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김 장관은 이날 최근 들어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는데도 한국이 먼저 폐지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냐고 묻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북한은 지난해와 올해 들어 수십 발의 미사일로 도발하고 있고 핵을 고도화하기 위해 최근엔 헌법에 명문화했다"며 "여러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단히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9·19 남북군사합의'의 실효성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우리의 안보 우위를 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최소한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합의가 휴전선을 중심으로 하는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있다며 주장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남북 간 일체의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의 접경 지대 훈련과 정찰 활동은 중단된 반면 북한은 해상 포격 훈련 등으로 이를 위반하고 있어 논란을 계속돼 왔다.
“일방적 준수는 상당히 잘못”
김 장관은 박병석 의원이 북한에서 9·19 합의의 효력 정지나 폐지를 언급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실제 행동을 본다면 (합의의) 정신이나 실질적인 합의를 어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19 남북군사 합의는 (남과 북) 쌍방이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일방이 그것을 어기고 또 타방이 그것을 일방적으로 준수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9·19 남북군사합의가 잘못된 합의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는 우리의 정찰자산 등의 운용을 과도하게 막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하다"며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과 같은 군사적인 도발을 사전에 포착하기 굉장히 어려운 그런 내용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9·19 군사합의로 군의 대북 우위 감시정찰 능력이 크게 제한됐고, 이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자위권이 위협받고 있어 최단시간 내에 효력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 및 정부 여당 일각의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국감에선 최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한마디에 제정 논의가 이뤄진 법"이라며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서 해당 법률의 위헌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이 법은 대단히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이 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단 살포로 발생할 수 있는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 문제 등과 관련해선 "현재 경찰직무법 등을 통해 처리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 자체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현재는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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