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문제아'? 사연 들어보면 달라질 겁니다
[김신태 기자]
'고립 청년, 은둔 청년, 은둔형 외톨이'...
고립 청년을 지칭하는 용어는 아직 명확히 정의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이 세 가지 용어가 혼용되어 쓰인다. 그러나 고립이란 어감은 부정적이고, 이들에 대한 인식은 대게 히키코모리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히키코모리는 반사회적 인간이라 여기기 쉽고, 용어의 어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들에 관한 관심도 멀어진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 <고립청년 생존기>표지 |
ⓒ 수다판 |
<고립청년 생존기>는 고립을 경험한 청년 7인을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누누, 처음처럼, 오뚝이, 무명, 석태풍, 정별하, 익명 등 가명으로 등장하는 이들 7인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다.
디자이너, 물류 벤더 관리자, 공시생, 전직 스타일리스트, 엔지니어, 방사선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그러나 저마다의 사연으로 고립감을 경험했고,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2030의 취업 포기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즉,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은 열심히 살지 않아서 구인·구직을 포기하며 고립에 처한 것이 아니다.
<고립청년 생존기>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을 전개해 나가기보다는, 먼저 7인의 청년 각자가 살아온 삶의 과정을 조명하고, 그들의 인생을 통해 왜 고립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어떤 어려움에 부닥쳤는지를 조명한다.
사회로 한 발 들어갈 용기
저자는 최대한 가공 없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을 조명하기에, 실제 2030이 겪는 현실이 그 어느 책이나 기사보다도 진솔하게 와닿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 차원의 지원, 주변의 애정과 관심이다.
실제 고립 속에서 헤어나온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청년들을 돕는 공동체 '니트컴퍼니' 또는 '청년지원사업'을 통해 고립을 극복한 경우가 많았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과 교류하고 그 속에 녹아들면서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며 사회 속으로 한 발 내디딜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고립을 경험한 이들은 불우한 가정사를 겪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린 시절의 가정사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들은 사회로 나올 때부터 불안감에 빠져들고, 성공에 대한 강박에 빠져든다. 그러면서도 무언가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좌절하게 되고, 심리적 공황에도 빠진다. 어쩌면 그것은 가정의 지원을 받지 못하므로 뒤가 없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7인의 청년 중 오뚝이는 직장을 다니다 상사와의 불화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상사에게 느낀 배신감과 충격은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감마저 잃게 만들었고, 실패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오면서 정신적 공황으로 이어졌다. 그는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었지만, 상사와의 불화 이후 본래의 성격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고 한다.
▲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들. |
ⓒ 픽사베이 |
석태풍의 경우는 좀 더 우울했다. 어린 시절부터 느낀 가난이 성인이 된 뒤에도 끝까지 자신을 괴롭힌 사례였다. 가난의 경험은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가져왔고 자꾸 안으로만 파고 들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태어난 환경으로 인해 고립감을 느꼈다는 그의 말은 무척이나 서글프게 느껴졌다.
사회는 고립 청년을 향해 '문제아'라 말하지만, 이들이 사회를 향한 문을 두드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실패하고 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사회적 압박에서 오는 불안이 이들을 고립으로 내몰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정환경에서 오는 고립이 많았다는 점은 어린 시절 가난의 경험이 커다란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경직된 기업 문화와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기업 환경도 청년들을 고립으로 내모는 이유로 작용했다. 또한 공통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을 고립으로 밀어 넣는 가장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적 고립은 사회적 낙인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날 수도 없고 자신감도 잃게 만들며,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이 고립을 해소한 해결책은 결국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누군가는 애인에게 의지했고, 누군가는 친구에게, 누군가는 니트컴퍼니 또는 청년지원사업 등에 의지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결국 관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이처럼 고립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고립될 수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들도 모두 일 열심히 하는 사회인이었으며 히키코모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게 고립 청년을 사회 부적응자라고만 생각하지만, 이들의 생애를 통해 드러난 고립 이야기는 누구든 고립을 겪을 수 있단 사실을 일깨워 준다(단 이 책에서의 고립은, '정신적 고립'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립뿐 아니라 청년 고독사도 늘고 있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청년들이 는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들을 찾아내거나 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더 안타깝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고립 청년 당사자에게 접근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립 청년은 이미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사회 부적응자로 매도하는 사이 이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주변의 관심이 가장 시급하지만, 결국 제도적 차원의 구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이들을 바깥으로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고립은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적인 문제도, 또 그 당사자의 정신적 문제도 아니다. 누구든 고립에 처할 수 있다. 따뜻한 관심과 애정, 제도적 장치가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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