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2150명 사망…9년전 '50일 전쟁' 피해규모 벌써 육박

박소영 2023. 10.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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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이 시작된 지 닷새 만인 11일(현지시간) 전체 사망자가 21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아직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미 하마스에 대한 최대 전면전이었던 지난 2014년 '50일 전쟁'의 피해 규모와 맞먹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향후 지상전을 수개월 이상 지속하려고 있어 향후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팔, 5일 만에 사망자 2150명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 10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AP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는 이날 오전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군인 155명을 포함해 약 1200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IDF와 현지 응급구조단체 자카(ZAKA)가 지난 7일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 시신을 계속 수습하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크파르 아자의 키부츠(집단 농업 공동체)에서 40여구의 영유아 시신이 발견됐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일부 어린이는 참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가자지구에서 약 1.8㎞ 떨어져 있는 크파르 아자에서 시신 수백구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에선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약 950명이 사망했다고 하마스 측이 발표했다. 양측의 사망자가 2150명에 육박하면서 지난 2014년 7~8월 50일간 벌어진 가자지구 전쟁(사망자 약 2300명) 인명 피해 규모에 이르고 있다. 당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만 2200여명 사망했는데, 이번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모두 대거 목숨을 잃고 있다.


가자지구 주변에 예비군 30만명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지난 9일 가자지구 경계 부근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위해 9년 전 전쟁을 넘어서는 전례 없는 대규모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73년 10월 제4차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인 36만명의 예비군이 동원됐다.

IDF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가자지구 주변으로 보병·포병·기갑 병력과 30만명의 예비군을 파견했다"면서 "이들은 하마스가 어떤 군사적 능력도 갖지 못하게 하는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4년 전쟁에선 특수부대를 포함해 약 6만명의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스라엘 병력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경계를 따라 뻗어있는 232번, 241번 고속도로 등을 점거했고 추가 인근 도로는 폐쇄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차가 지나가고, 군용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지상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현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집트 고위 관리는 이날 "이스라엘이 수개월에 걸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한 우리의 어떤 노력도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수용하기 전에 하마스에 강력한 타격을 가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공습, 지상전 사전작업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주택과 건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IDF는 11일 "가자지구 북동쪽 베이트하논에서 하마스가 사용하는 2개의 은행과 지하터널 등 80곳을 타격했고, 알푸르칸 일대에선 지난 하루 동안 하마스 근거지 450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IDF는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M270 다연장 로켓 시스템까지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습은 지상전을 앞두고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에도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전에서 도로 등을 파괴해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이동과 소통을 어렵게 했다. 공습이 계속 강화되면서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150여명에 대한 살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질 협상 중재자로 꼽히는 카타르도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서 납치된 이들의 가족들은 "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한 가족은 "전쟁도 중요하지만 무사히 귀환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모두 돌아올 때까지 나라를 뒤흔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일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가자지구에 있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을 때마다 민간인 인질 1명씩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부 하마스 대원들은 지난 7일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지역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IDF는 전날 밤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이스라엘 영토 지킴에서 하마스 세력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 소탕 작전 끝에 18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북부로 확전되나

한 레바논 남성이 10일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다헤이라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의 포격을 받은 집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준비하는 중에 이스라엘 북부에 또 다른 전선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초소를 향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군이 헬기와 포병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를 공습과 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영토로 다수의 박격포가 발사돼 이스라엘군이 대응했다.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교전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이 공격은 하마스 세력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등의 공격으로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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