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이나 아니냐…하반기 금융시장 이란 개입여부에 달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팔 전쟁)이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하반기 금융시장도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에 영향력이 큰 이란 개입 여부가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개입 불투명에 유가 ‘숨 고르기’
이·팔 전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은 이란 개입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유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이란이 이번 전쟁에 개입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우디 증산, 이란 원유 수출 막힐 우려
우선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논의 중이던 원유 조기 증산이 무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 백악관에 “유가가 높다면 내년 초 원유 생산량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방위 협정을 맺는 합의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가 미 의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원유 조기 증산 의향을 내비쳤다. 하지만 하마스가 군사 도발을 벌이면서 상황이 꼬였다. 이번 전쟁이 이란까지 개입하는 확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사우디 조기 원유 증산 카드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의 구명줄 역할을 하던 이란의 원유 수출 감소 우려도 골칫거리다.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지난 8월 기준 300만 배럴로 2018년 이후 최고다. 하지만 이번 전쟁의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란 원유 수출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생산이 1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국제유가 전망치는 배럴당 1달러씩 오른다.
이란 개입 사실이면 유가 100달러 넘을 수도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1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강경 스탠스로 전환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의 0.5~1%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며 “최근 전 세계 원유 수급이 공급 부족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란 원유 수출을 제재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란 개입설 선 긋기, 불확실성은 계속
이런 파급력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일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이·팔 전쟁 발발 직후인 8일(현지시간) WSJ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지난 2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지만, 같은 날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별도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이란 개입설을 부인했다. 다만 이란을 추종하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전쟁에 일부 가담하면서 확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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