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키부츠 학살…어린 아기 최소 40명 살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누적 사망자가 1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스라엘군 당국이 남부 지역의 한 키부츠(농업 공동체)에서 영유아만 최소 40명 몰살된 참상을 주요 외신에 공개했다. 영유아 중 일부는 참수됐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75년 만의 최대 규모의 사망자를 낸 이번 공격에서 특히 이스라엘 남부에 위치한 크파르 아자 키부츠(농업 공동체)의 피해가 컸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당국은 크파르 아자 한 곳에서만 노인·영유아가 최소 수십 명 살해됐고 전체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00명, 많게는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곳은 인구 75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학살'로 규정하며 하마스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크파르 아자 현지의 참상을 공개했다. 크파르 아자는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로부터 불과 1.8㎞ 거리에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침투했던 이 지역의 통제권을 되찾은 뒤 해당 지역의 방범 카메라와 주민들의 휴대전화 영상·사진, 생존 주민들의 증언 등을 수집해 하마스의 살해 증거들로 제시했다.
이 마을에 들어간 NYT 취재진은 잔디밭과 집안 등 여러 곳에서 시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집안일을 하다가 무참히 살해된 이들도 있었다. NYT에 따르면 이날 크파르 아자에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시민들의 주검을 계속 들것으로 실어 날랐다. BBC는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 아래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주택들은 곳곳이 그을렸으며, 길가엔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담요만 겨우 덮은 채 눕혀져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닥에 피가 흥건한 집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기 등 온 가족이 집안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수색 과정에서 잇따라 확인됐다. 뒤집어진 아기 침대, 피 묻은 아이 드레스와 유모차 등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줬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생존자인 마을 주민 아비도르 슈워츠만은 로이터통신에 "아내와 한 살 딸과 함께 20시간 넘게 집 안에 숨어 있다가 군인들에게 구조된 뒤 이웃들이 당한 지옥 같은 현장과 마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타이 베루브 이스라엘 방위군 소장은 "아기와 부모가 침실과 대피실에서 어떻게 테러리스트들에게 살해됐는지 보라"면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이는 전쟁이 아니고, 대학살이며 참사다"라며 "군 복무 40년 동안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베루브 소장은 "이는 우리 부모 세대는 물론, 우리 조상들이 포그롬(제정 러시아 당시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과 홀로코스트 당시 겪었던 것과 또 다르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 당국자가 "여기서 본 것을 세상에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베에리 키부츠도 100구 이상 시신
지난 7일 기습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는 크파르 아자 외에도 20여곳의 도시와 마을에 침투했다. 가자지구 인근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도 1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수습을 진행한 이스라엘 구호 단체 자카 측은 "끔찍한 작업이었다"면서 "사망자 중엔 어린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가자지구에서 1.6km 거리에 있는 도시 스데로트에서도 민간인이 최소 20명 살해됐다. 이들은 차 안이나 고가도로 밑에서 총에 맞았다. 한 버스 정류장에선 민간인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스라엘의 반격이 이어지며 양측 누적 사망자 수는 11일 2100명을 넘어섰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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