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수행률 떨어지면 사실상 ‘클렌징’”… 연휴가 그림의 떡인 택배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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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택배기사 김모씨는 지난달 28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7시에 일어나 본인이 담당하는 지역의 '캠프'로 출근했다.
추석 연휴의 첫날이었지만 김씨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6년 만에 가장 길었던 추석 연휴였지만, 김씨와 같은 쿠팡 택배기사들에게 황금연휴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 탓에 김씨는 쿠팡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뒤로는 지금까지 몇 년째 명절에 친척을 만나러 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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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률 맞추려면 한 달 1번 휴식 가능”
사측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구조 도입한 상태”
쿠팡 택배기사 김모씨는 지난달 28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7시에 일어나 본인이 담당하는 지역의 ‘캠프’로 출근했다. 추석 연휴의 첫날이었지만 김씨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그는 당일에도 300개 이상의 택배 배송을 마친 뒤 해가 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6년 만에 가장 길었던 추석 연휴였지만, 김씨와 같은 쿠팡 택배기사들에게 황금연휴는 ‘그림의 떡’이었다. 쿠팡 측은 ‘백업 기사’가 있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택배기사들은 배송 수행률과 백업 기사 인력 문제 등 때문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김씨 역시 추석 연휴 6일과 뒤이어 찾아온 한글날 사흘 연휴 중 추석 당일 딱 하루만 쉴 수 있었다. 그에게 일하도록 강제한 사람은 없지만 회사에서 제시하는 배송 수행률, 이른바 ‘라우트 수행률’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라우트란 한 명의 택배기사가 담당하는 지역 및 구역을 의미한다. 담당 지역의 택배 배송 완료율 등을 기준으로 ‘수행률’을 평가하는데, 해당 수치가 회사에서 요구한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이른바 ‘클렌징’이 이뤄진다. 클렌징이란 라우트를 뺏기는 것으로 사실상 해고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김씨는 “회사가 요구하는 수행률은 90%로 알고 있다”며 “일주일에 하루 쉬면 수행률이 80% 정도 나오는데, 수행률을 맞추려면 한 달에 겨우 한 번 정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행률을 못 맞추면 클렌징을 당하니 일을 안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평소에도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 아니지만, 연휴일수록 나 혼자 일한다는 박탈감에 체감 업무강도가 배로 느껴진다고 했다. 김씨는 “다니다 보면 맡은 구역이 있기 때문에 다른 배송 기사들과 알고 지내게 된다”며 “서로 얘기해 보면 다른 회사들은 작년, 재작년부터 명절과 ‘빨간 날’ 다 쉰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가 공개한 택배노동자와 쿠팡CLS 대리점이 맺은 계약서에는 ‘공휴일, 명절 등 특수 요일에도 라우트 수행률을 지켜야 한다’며 공휴일, 명절 근무가 명시돼 있었다. 이 탓에 김씨는 쿠팡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뒤로는 지금까지 몇 년째 명절에 친척을 만나러 간 적이 없다. 휴일 하루로는 전북 지역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하기 어려워 매번 전화로만 안부를 전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오히려 김씨의 아내까지 나와 그와 함께 5일 내내 일했다. 남들 다 쉬는 연휴에 일하는 게 안쓰러워 휴일에라도 남편이 빨리 퇴근할 수 있도록 배송을 돕기 위해서다. 그는 “(아내가) 택배차 옆에 타고 같이 다니면서 한 라인은 와이프가 (배달)하고 한 라인 내가 하는 식으로 했다”며 “덕분에 평소보다 2~3시간 정도 빨리 끝났다”고 씁쓸히 웃어 보였다.
쿠팡 측은 계약 당시 백업 기사를 두도록 했고, ‘쿠팡 친구’도 있기 때문에 택배기사가 원할 때 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택배기사가 용차 비용 부담 없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구조를 도입했다”며 “대기업 택배사처럼 휴무 이후 물량 폭증도 없는 등 일반 택배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택배기사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백업 기사가 있긴 하지만 연휴가 아닌 평소 택배기사들이 쉴 때 생기는 택배 배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도의 백업 인력”이라며 “연휴처럼 모두가 쉬고 싶을 때는 백업 기사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연휴 때만 백업 기사를 추가로 고용할 수도 없으니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제도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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