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선서 트럼프가 승리했나" 묻자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들 '진땀'

정현진 2023. 10.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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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이 차기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후보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의 후보자들이 강경파와 온건파의 표심을 모두 잡기 위해 발언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폴리티코는 "분명한 건 두 후보 모두 하원의장직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공화당 내 표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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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후보자 정견 발표 답변 주목 받아
강경·보수 성향에 중도·온건 의원 설득 필요
하원 과반 득표 위해 발언 '신중'

미국 공화당이 차기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후보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의 후보자들이 강경파와 온건파의 표심을 모두 잡기 위해 발언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하원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인 '매직 넘버' 217표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신중한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이 이날 오후 비공개로 진행한 후보자 정견 발표 자리에서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59)과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루이지애나·57)가 '202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의 입에서 명확한 답변이 안 나오자 곧바로 다른 의원이 비슷한 질문을 또다시 했으나 마찬가지로 또렷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조던 의원과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2021년 1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인물들이다. 둘 다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보다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조던 의원은 매카시 해임이라는 일종의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로 공화당 내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화당 내에서는 중도 온건파 의원을 중심으로 누가 하원의장에 적합한지를 두고 고민이 큰 상황이다. 현재 공화당 내 중도 의원은 18명 정도다. 정견 발표장에 있던 한 공화당 의원은 두 후보가 모두 "(정치 성향상) 양쪽을 모두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화당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나온 짐 조던 하원의원(사진 오른쪽)과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공화당 내에서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이 되더라도 실제 전체 하원의원 투표라는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221명)과 민주당(212명) 간 의석 격차가 크지 않고, 공화당 내에서 20명 정도 되는 강경파가 선거판을 흔들 수 있어 공화당이 후보를 세워도 해당 후보가 217표라는 과반 득표에 성공해 당선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실제 지난 1월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15차례나 전체 투표가 진행된 이유도 공화당 내 강경파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 해임 건의안을 의원 1명이 단독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받아들였다가 결국 사상 처음 해임된 하원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 이날 현장에서는 두 후보에게 만약 본인이 패배할 경우 상대 후보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곧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조던 의원은 처음에 "217표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지지할 것"이라며 애매모호하게 답을 내놨다고 한다. 이후 직접적으로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후보로 오를 경우 그를 지지할 것이냐는 추가 질문을 받고서야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공화당은 11일 오전 하원의장 차기 후보를 위한 당내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 투표에서 두 후보가 과반수를 얻지 못해 여러 차례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폴리티코는 "분명한 건 두 후보 모두 하원의장직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공화당 내 표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저녁 7분 만에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뉴욕)를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하원의장은 하원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결정되는 만큼 일반적으로는 다수당이 하원의장을 배출해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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