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폰 꺼라"…불륜 스캔들 76세 배우, 다시 주목 받은 이유
세대에 따라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를 듯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근육질 액션 배우로 그를 기억한다면 1980년대 이전 출생자일 공산이 크다. 일명 MZ세대는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꼰대' 아저씨로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요즘 어린 세대는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 고통을 모른다"며 "스마트폰도 보지 말고, 아이패드도 끄고, 진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47년생으로 올해 76세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최근 인터뷰에서는 "인생의 사다리를 스스로 만들어 더 위로 올라가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가 갑자기 다시 미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의 신간이 계기다. 신간 제목은 『쓸모 있는 사람이 돼라: 인생을 위한 7가지 도구』로, 자기계발서다. NYT는 인터뷰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아널드가 당신을 강한 존재로 만들어주기 위해 여기 왔다(신체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가사 도우미와의 불륜 등 여러 스캔들을 일으켰던 그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게 의외일 수 있지만, 슈워제네거는 팬들에겐 동기부여 전문가로서도 유명한 게 현실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이민 온 그는 나름 산전수전을 겪으며 배우로 성공했다. 할리우드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나름의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고 여전히 공화당원이며, 꿈이 "대선 출마"라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자수성가의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자신을 계발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발판 삼아 인생 3막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는 NYT에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영어도 유창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보디빌더였다"며 "그러다 마침 운동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타이밍이 잘 맞았고, 나만의 '(출세) 사다리'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꾸던 그는 유창하지 않은 영어 덕분에 차별화를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당대 명배우들이 전형적인 미국인 역할을 독차지했지만, 액션 영화에서 외국인의 역할은 점차 그가 독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그의 독보적인 보디빌더로서의 특질도 한몫했다. 그는 "못하는 것 때문에 (일을) 더 잘하게 됐다"고 표현했다.
자기 계발 및 동기 부여 전문가로서의 커리어도 이때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NYT에 "보디빌더로도 활약하면서 운동선수들에게 피트니스 훈련을 시켜준 적이 있는데, 사례를 받지 않은 일종의 봉사였는데도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나의 지도를 받으며 나날이 성장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이타적인 기쁨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일전엔 남을 위한 프로젝트엔 별 관심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훈련 지도를 맡은 건 다름 아니라 그 부탁을 재클린 케네디 전 퍼스트레이디가 했기 때문이다. 그는 NYT에 "재클린 케네디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웃었다고 한다.
한편, 정치인으로서의 슈워제네거는 미완성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내긴 했지만 그 이후엔 이렇다 할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가 폭스뉴스에 "대선에서 어떻게 승리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해했지만 그가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써는 크지 않다. 그가 공화당원이라는 점은 미국에서 지금도 화제다. 그의 전처인 마리아 슈라이버와도 관계가 있다. 슈라이버는 케네디 가문의 일원이고, 케네디가엔 미국 민주당의 DNA가 흘러서다. 그는 CBS 토크쇼에 10일 출연해 "난 민주당을 적으로 생각하는 공화당원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NYT 인터뷰에선 "나는 공화당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공화당을 비판해온 NYT 기자가 "지금도 그러한가"라고 재차 묻자, 그는 "물론 공화당이 미국 국민을 위해 해온 일은 훌륭함과는 거리가 있다"며 "당이 좀 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설문조사 결과를 연구하고, 봉사하는 자세로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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