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여기 한국 맞나, 정율성 사업 중단을" 광주시 "위법 없다"

이근평 2023. 10. 11. 1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보훈부가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군 등의 정율성 기념사업에 중단을 권고했다. 그러나 광주시가 이를 거부하며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였다”며 “정율성은 적군으로 남침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율성 기념사업과 시설에 그간 사용한 예산이 최소 117억 원으로 알려졌다”며 “적군의 사기를 북돋웠던 나팔수이자 응원대장을 기리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1939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했고 해방 이후에는 평양에서 북조선노동당에도 입당했다. 일제강점기 의열단에서 항일운동을 했지만 해방 후 김일성 정권에 부역한 행적이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장관이 거론한 정율성 기념사업 및 시설로는 광주시가 연말까지 추진하기로 한 '정율성 역사공원'과 ‘정율성 전시관’ 조성이 해당한다. 광주시는 이들 사업에 각각 48억원과 3억9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광주시의 ‘정율성로(도로명)’, ‘정율성 거리 전시관’과 화순군의 정율성 고향집, 능주초등학교의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존 시설도 시정 조치 대상이다. 박 장관은 “화순군 정율성 고향집 내 전시 내용에는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이 기재돼있다”며 “여기가 과연 대한민국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항미원조는 미국의 침략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의미로 중국이 6·25전쟁을 일컬을 때 쓰는 용어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도로명 표지판. 연합뉴스


박 장관은 보훈부가 이번에 부(部) 승격 후 지자체 사무 관련 첫 시정 권고를 내린 법적 근거는 대한민국 헌법, 지방자치법, 국가보훈 기본법 등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방자치단체 자율성이 헌법의 통합성과 배치될 때 어떻게 돼야 하는지 이번 사례가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끝까지 법률적으로 주장하고 다퉈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 요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박 장관은 "헌법에도 본질적인 부분이 있고 그보다 낮은 부분이 있다"며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에 근거해 지자체에 시정권고를 내린 뒤 권고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같은 법 제188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즉각 발동할 방침이다.

이번 시정 권고를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데 대해서도 박 장관은 선을 그었다. 보수·진보 정부를 떠나 정율성의 실체를 이제야 알게 돼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평도포격 때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63)씨가 지난 4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정율성 공원 조성 철폐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그러나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에서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며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해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능주초등학교 내 정율성 관련 기념물과 시설은 곧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육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능주초등학교 관계자는 “지난 8월 정율성 관련 기념물과 시설에 대해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화순교육지원청에 문제제기를 한 결과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