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총선 주도권 쟁탈전…與野, 이틀째 상임위 곳곳서 충돌
與 박범계 前 법무장관 출장비 공세
교육위,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놓고 한 때 파행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이틀째인 11일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강조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거대 야당의 실책을 비판하며 맞불을 놓는 국민의힘은 이날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격돌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마지막 국감인 만큼 피감기관 감사보다 내년 선거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전·현 정권을 놓고 공세를 주고받았다. 민주당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부실 검증으로 부적격 장관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패'라는 점을 지적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를 촉구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이 큰 문제인 것 같다"고 했고, 김의겸 의원은 "최근 청문회를 거친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이 크게 문제가 됐다. 인사 검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 영역인데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배 의원 또한 "정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했지만, 국회가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후보자들 검증을 위한 인사정보 수집의 범위, 결과 도출 방법, 어떤 방식으로 검증했는지, 실적이 뭔지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권 인사들의 해외 출장비 등을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박범계 전 장관이 지난 독일 출장에서 6900여만 원을 썼다고 한다"며 "그 가운데 독일 행사 통역비가 이틀에 500만 원 정도 쓰였는데 실질적으로 쓰였는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했고, 전주혜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의 미납 추징금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감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9·19 남북군사합의의 실효성을 놓고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군사합의 효력 정지의 정당성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북한에 또 다른 빌미를 줄 수 있다며 반박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지상과 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감시정찰 능력을 스스로 상쇄시킴으로써 심각하게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훼손하고 군사적 안정을 위태롭게 했다"고 평가한 반면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9·19 합의는 남북의 우발적 오판에 의한 충돌 막는 방화벽"이라고 맞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 여야 공방이 오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방송에서 '학자로서 오염수 방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질병관리청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오염수 관련한 전 국민 장기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질병관리청은 '사전 조사로 문헌을 검토하고 원론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장관은 우 의원이 질병관리청 연구 결과가 "괴담이냐, 과학이냐"라고 묻자 "오염수 위험성 등 과학적 안전성을 조사·분석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염수 희석 문제를 놓고 우 의원과 한 장관이 언쟁을 벌이며 한때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재차 오염수 희석 문제에 "사고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서 버려도 되느냐"라고 물었고 한 장관은 "사고 원전에 관한 조항은 없지만, 오염수를 희석해서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인 처리 방식"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농해수위 국감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난 3월 '후쿠시마 농산물은 사줄 수 있어도 우리 농민의 쌀은 사줄 수 없다는 말이냐'는 발언에 대해 "정부·여당이 후쿠시마 농산물을 수입했다는 얘기로 오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가공한 식품은 수입되는 상황을 포괄해 말한 것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질의를 위해 출석을 요구한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하면서 개회한 지 40여분 만에 정회되기도 했다.
국감에 앞서 이들은 해외 출장을 사유로 국정감사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야당 위원들은 김지용 국민학원 이사장은 북미 출장을,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은 대학기관평가인증 현지 방문 평가를 이유로 국감 출석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설민신한경대 교수는 "국립대 교수이면서도 학기 중에 22일 간 공무 출장을 갔다"며 "숙소 예약도 하지 않고 갔다"며 질타가 이어졌다.
교육위 야당 간사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관련 핵심 증인들이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국회를 조롱하고 우롱하는 일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숙대 총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달라"고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서동용 의원도 "한경대 총장은 증인 설민신이 지위를 남용해 도피성 출장을 가는 것을 승인해주고 국정감사를 무마하려는 책임이 있다"며 "24일 오후 수도권 국립대 국정감사가 있으니 그때 반드시 증인으로 출석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교육위는 이같은 문제 제기에 국감을 잠시 중단하고 전체회의를 소집해 증인 출석 문제와 관련해 다시 논의를 진행했다. 여야는 30여분 간 의논한 끝에 이날 오후까지 해당 증인 출석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국감을 속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충돌했다. 야당은 정부의 R&D 예산 축소와 관련해 집중 질의하며 공세를 펼쳤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당초 예산을 편성한 뒤 수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카르텔이라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 한 마디에 예산이 온난화를 겪고 있다"면서 "연구 현장은 빙하처럼 녹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이 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한 이후)원안에서 5조원 가까이 삭감됐다"며 네이처, 사이언스 등 저명 학술지 관계자들이 예산 삭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타당하다며 적극 옹호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평균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R&D 예산 규모보다 윤석열 정부의 규모가 훨씬 크다"며 "내년 예산이 좀 줄었다는 건데 이것에 대해 마치 대통령이 과학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내몰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의원도 "어렵고 힘들지만 젊은 후배 연구자들과 미래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더라고 과제를 독식하는 연구자들에게 퍼주는 관행은 혁파하고 음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연구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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