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모인 무슬림 100명…"먼저 침공하고 웬 집회" 행인 충돌
시민단체와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11일 이스라엘 규탄 집회를 열어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무력 충돌이 시작됐음에도 이를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저항’이라고 규정해서다. 집회 참가자들과 행인들 사이에 설전도 벌어졌다.
집회는 이날 오후 오후 12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Free Parlestine)” “이스라엘은 폭격을 중단하라”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민단체 노동자연대의 주최로 이뤄진 열린 집회에는 100여 명 넘는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참가했다. 국내 무슬림 커뮤니티를 통해 집회 소식을 접한 뒤 현장을 찾은 이들이었다. 팔레스타인, 이집트, 파키스탄 등 다양한 중동 국가 출신의 무슬림들이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와 차별, 억압이 계속돼왔다”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적힌 티셔츠를 쓴 이들도 눈에 띄었다. 팔레스타인 출신 하디 할라비(23)는 “가족들이 팔레스타인에 왔는데, 여전히 폭격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모차를 탄 아들과 함께 온 카림 호삼(30)도 “같은 아랍 국가로서 한국에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집회를 계획한 노동자연대 관계자도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서 눈 감지 않고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저항에 연대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행인들과의 충돌과 설전도 여러 차례 빚어졌다. 한 중년 남성이 “그럴 거면 가자지구로 돌아가라”며 외치고 지나갔고, 외국인 여성 두 명은 참가자들을 향해 “이스라엘을 해방하라(Free Israel)”고 소리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치며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미국에서 왔다는 A씨(35)는 집회를 바라보며 “먼저 침공한 쪽에서 오히려 집회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집회를 바라보던 시민 반응도 엇갈렸다. 민간인 피격 사진을 보며 “끔찍하다”고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종각역 인근에서 행렬을 마주친 시민 유모(53)씨는 “이번엔 하마스 쪽에서 먼저 공격한 것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초 이들은 집회가 끝난 후 이스라엘 대사관을 거쳐 행진하려 했으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대사관 앞 행진을 금지했다. 이에 이들은 세종대로 사거리와 종각역을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 청계광장까지 1㎞ 가량 행진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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