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찍어내기로 악용?…野중진 '험지 출마론' 불붙이는 친명계
명분은 '총선 승리 위한 혁신' 이지만
중진 상당수 비명계라 '몰아내기' 우려
'부산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더불어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명계가 비명계를 축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면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 혁신 요구가 강경파 초재선 의원들과 친명계 원외 모임을 중심으로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재선 김두관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이 하 의원의 서울 출마를 혁신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 민주당 중진들의 보신주의에 대해 국민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험지인 서울 서초을로 옮긴 것을 거론하면서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험지 충청이나 영남으로 옮겨서라도 당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남도 대대적으로 혁신 공천을 해야 내년 총선에 승리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최근 홍 원내대표 당선 직후 총선 승리를 위한 공천 혁신을 명분으로 3선 이상의 중진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7월에도 '현역 50% 물갈이' '3선 이상 다선 4분의 3 이상 물갈이'를 주장한 바 있다.
혁신회의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혁신이라는 게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며 "우리 당원들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중진 스스로도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 믿고, 또 홍 원내대표도 서초을로 옮겼기 때문에 우리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 총선 승리를 위해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험지 출마론'은 매 총선을 앞두고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친명계의 비명계 축출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는 점에서, 자칫 험지 출마론이 비명계를 찍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민주당 내 3선 이상 중진의 상당수가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친명계 의원 중 다선 의원이 아주 많고 10명이 넘을 것 같은데, 그분들이 먼저 판단하고 선언해 줘야 한다"면서 "그분들이 먼저 선언을 해줘야 '아 그래, 우리도 하자'고 기꺼운 마음이 생길 텐데, '너희 해, 우리는 이 자리 지킬 거야'라고 하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그래야) 진짜 비명계 몰아내기 뿐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이 대표를 보면 성남에서 두 번 시장 하고, 경기지사를 했고, 그다음에 국회의원을 했고 바로 또 당대표를 하고 있다"며 "이 정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당내에 없기 때문에 만일 불출마 또는 타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한 선택을 한다면 1순위는 이 당대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송갑석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이를 비명, 친명 갈라서 이용할 만큼 당 상황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며, 중진 험지 출마론이 비명계만을 겨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송 의원은 "저쪽 당 의원이지만 하 의원의 결단을 굉장히 존중하고 옳고 그름을 떠나서 쉽지 않은 결단이다. 이 결단은 우리 당에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칠 수밖에 없다"며 "범위를 좁히면 수도권 다선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명계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혁신 차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출마하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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