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 당신은 더 잘 살고 싶어질 겁니다
[이명옥 기자]
작가 이지현이 <골든 플랫폼(출판사 글통)>이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죽음을 통해서 삶의 참 의미를 깨우치며 환생한다는, 전생의 연과 윤회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작가는 허균을 다룬 소설 <400년 만의 만남-그리운 허균 당신에게 보냅니다>, <소설 원효> 등을 통해 신라 시대와 조선 시대의 인물을 현대로 불러 낸 바 있다.
사실 이지현 작가는 원래 헌법학자다. 한때 국회와 행정부에서 일했고 문화예술단체인 문화세상 <이프>의 공동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이가 언제부터인가 한문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는 논어 공부를 시작으로 불경, 성경, 코란, 인도의 경전까지 공부 범위를 확대하더니 어느날엔가는 인도로 훌쩍 날아갔다. 이후 오랫동안 곳곳의 사찰과 삶의 흔적이 배인 곳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자기 인생의 전환기에 운명처럼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허균과 원효를 불러냈다. 이번 소설 <골든 플랫폼> 또한 작가의 오랜 공부와 성찰, 발품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 골든 플랫폼 죽음 이후 알게 된 진정한 사랑을 다룬 소설 |
ⓒ 글통 |
골든플랫폼은 '미루'라는 한 여자가 죽음을 맞은 후 떠나는 환생여행을 다룬 소설이다. 죽음 이후 가는 세상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의사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고백이 있다.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는 순간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삶 전체가 필름처럼 돌아가며 자기 검열 심판대에 선다는 것이다. 그 순간이 가장 두렵고 무서웠다며 만일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는 전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의사 죽음 이후 그들은 전과 완전히 다른 이타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도 디자인 회사 대표인 미루가, 자신을 사랑하다고 믿었던 남편과 후배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 전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선택해 환생하는 것으로 나온다.
"미루, 너의 장례식은 마치 저 사람들의 축제 같아. 저 사람들은 너처럼 죽을 거라 절대 생각 못하지. 나도 좀 더 일찍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더라면 인생을 좀 더 진실되게 살았을 거야. 삶이라는 블랙홀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삶을 응시하고 삶의 빈곳을 잘 채우며 행복했을거야." -36쪽
죽음이야말로 참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하는 최고의 교과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기 전에는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루 역시 죽음으로 그녀가 꿈꾸던 완벽한 인생은 결국 유리감옥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환생을 위해 전생 은행, 기억의 문, 마음 정원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그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 변치않는 사랑을 깨우쳐간다.
"사람이 사랑을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사랑을 통해 신에 가까워지고, 가장 인간다워지니까. 우리 내면의 가장 아름다운 본성과 만나게 되니까! 우리 안에는 가장 아름다운 신의 목소리가 있으니까." -194쪽
당신은 삶을 떠날 준비가 돼 있나요
죽기 전 미루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에 공감하며 살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곁을 지키며 한결같은 사랑을 준 사람의 사랑도 알아채지 못한 채, 남들 눈만을 의식하며 안락한 삶을 선택해 살았다.
매일 자신은 행복하다고 주문을 걸며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그 틀에 자기 삶을 맞추며 살았다. 그것이 행복인줄 알았던 것이다. 소설 속, 환생여행을 통해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미루가 말한다.
"우리가 환생하면, 삶과 죽음의 무게를 똑같이 지니면서 사랑을 향해 나아가야 해..." -195쪽
주변에 매일 속옷이며 옷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사는 분이 있다. 자신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됐을 때 어지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언제든 이생의 삶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더 많이 사랑하고 진짜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 알고 그 소중한 것을 붙들고 살아가지 않을는지.
소설을 읽으며 지금 내 삶 앞에서 조금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성찰의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 있어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가을 하늘이 푸르렀던 지난 10월 2일, 북촌 마을에서 작가를 만났다. 작가는 말했다.
"이번 책은 제가 오랜 시간 준비했어요. 제가 사랑하던 후배 중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두 명 있어요. 그들에게 늘 부채감 같은 것이 좀 있었거든요. 우리나라가 젊은이건 나이든 사람이건 살기 힘든 곳이잖아요. 죽음을 통해 삶의 아름다운 이면과 생의 소중함 그리고 사랑에 대해 그려내고 싶었어요.
단테가 신곡에 썼듯이 죽은 사람들이 모인 곳, 제가 골든 플랫폼이라고 명명한 곳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해 가는 거지요. 우리가 보통 살면서 죽을 듯이 고통스러울 때, 어쩌면 우린 환생 플랫폼에 다녀오는지도 모를 일이에요. 죽음과 같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면 새 삶을 시작할 힘이 생기잖아요. 솔직히 저도 제 인생에 후회가 많아요. 지금에야 겨우 참된 저를 찾아가고 있어요."
그이는 자신이 왜 이 책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지를 말하며 맑게 웃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설 속 환생여행을 끝낸 미루는 어쩌면 새 삶을 시작하는 작가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을은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자기를 돌아보는 계절이다. 이 가을에 삶의 진리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진정한 사랑, 행복을 맛보고 싶다면 소설 <골든 플랫폼>을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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