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하마스는 완전한 악…피에 굶주린 잔인함 IS 떠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두 번째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위한 추가 군사자산 투입을 시사하며 단호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스라엘에서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그중 최소 14명의 미국 시민이 사망했다”며 하마스의 공격을 ‘완전한 악의 행위’(act of sheer evil)로 규정했다. 또 하마스가 인질을 잡아두고 처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하마스의 피에 굶주린 잔인함은 이슬람국가(IS)의 최악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비인도적 잔학성을 성토한 데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자산 투입 계획을 밝혔다. 그는 “탄약과 아이언돔을 보충하기 위한 요격무기 등 추가 군사지원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신예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의 동부지중해 이동 배치 및 중동 지역 내 전투기 증강 배치를 언급한 뒤 “필요에 따라 추가 자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당국자들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공모함을 포드에 이어 이스라엘 인근에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아이젠하워 항모가 포드 항모와 교대하게 될지, 동부지중해에 두 척의 항모 전단들이 3년여 만에 동시 배치될지는 전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포드 항모 전단은 이날 동부지중해에 도착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 지역에 이처럼 고도로 유능한 병력이 도착하는 것은 강력한 억지력의 신호”라고 했다.
백악관은 항모 전단 전진 배치의 의미와 관련해 ‘확전 억지’에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분명히 해두겠다. 우리는 하마스 때문에 항공모함을 배치한 것이 아니다”며 “이 전쟁을 확대하려는 다른 국가나 세력에게 분명한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를 하고 ‘신속하고 단호하며 압도적인 대응’을 거듭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한 것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와 관련 “미국이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우리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하고, 압도적일 것”이라며 “이라고 세계의 모든 나라처럼 이스라엘은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법의 지배에 따라 행동할 때 얼마나 더 강하고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그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차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인정하면서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전시 국제법을 내세워 선을 긋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되 미군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 미국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을 지원할 난제로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블링컨 장관, 이스라엘 급파…대응 조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로 급파돼 12일 고위 인사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의 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상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스라엘의 고위 인사들과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조율하는 동시에 하마스에 납치된 미국인들의 귀환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하마스의 테러리즘을 강하게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ㆍ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현 시점에서 미 지상군 투입 계획은 없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현재로선 미군을 현지에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 역시 “블링컨 장관은 인질들의 안전한 석방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는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하마스에 끌려간 미국인 인질 규모와 관련해 설리번 보좌관은 “20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다만 이들이 모두 인질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소재 파악이 안 된 사람들 숫자”라고 말했다. 이어 “인질로 잡힌 미국 시민의 안전과 안녕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조언을 제공하고 인질 구출 노력에 협력하기 위해 미 정부 전문가들을 배치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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