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연령 넘겼지만…이스라엘 56세 경영인 "두 아들과 입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이스라엘 정부의 동원령에 따라 국내외의 예비군들이 속속 입대하고 있다. 해외 거주 중 급히 귀국하려는 예비군들로 미국·유럽 등의 공항이 북적이는 가운데, 고령 등으로 예비군 소집에서 면제 대상임에도 군 복무를 자원한 이들도 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예비군 소집 연령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를 자원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기업가 노암 라니르(56)를 소개했다.
아들 둘과 함께 군복무를 자원한 그는 WP에 "1973년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에서 아버지와 삼촌, 사촌을 잃었다"면서 "이제는 제가 싸울 시간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우슈비츠, 욤키푸르에서도 살아남았다. 우리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장으로 가기 위해 군복 차림에 군용 배낭을 걸머진 채 BBC와 인터뷰한 니심 바라네스(45)도 자원 입대자다. 그는 "나이도 있고 자녀가 6명이라 예비군 동원에서 이중으로 면제되지만 자원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간 현역 복무한 뒤 예비군으로 편성된다. 여성은 34세, 남성은 40~45세(병사 40세, 전투병과 장교 42세, 비전투병과 장교 45세)까지 예비군으로서 연간 38~55일 훈련을 받는다. 현재 이스라엘 예비군은 약 46만명으로 현역(17만명)의 2.5배 규모다.
항공기 추가 증편, 예비군 동원에 박차
해외에 거주하다가 동원령에 따라 급히 귀국하려는 이스라엘 예비군들로 세계 각국 공항이 붐비고 있다. WP는 독일 베를린, 미국 마이애미, 페루 리마 등에서 텔아비브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 중에 상당수가 예비군이었다고 전했다.
"현역시절 부대원, 예비군도 함께"
이번에 동원된 36만명은 이스라엘 인구(약 920만명)의 4% 수준으로, 이스라엘에서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예비군이 동원된 사례다. 앞서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스라엘은 예비군 40만명을 소집했다. 유대교 주요 명절인 '속죄의 날'이었던 이날 이집트와 시리아 군대가 무방비 상태인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19일간 이어졌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예비군 동원이 신속하게 이뤄진 배경에는 끈끈한 전우애도 있다고 짚었다. 현역 시절을 같이 보낸 부대원들이 예비군 교육도 함께 받기 때문에 전우이자 평생의 벗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변호사인 앨런 색스는 BBC에 "예비군은 이스라엘의 존재 기반이다"면서 "예비군은 그저 익명의 군대가 아니며, 반드시 누군가의 아들이나 아버지, 사촌과 연관된 곳"이라고 말했다.
미국 LA에 거주 중인 이스라엘계 미국인 예후다 브라운스타인(24)은 WP에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소식을 듣고 예비군 동원령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로 텔아비브 행 비행기 표를 샀다"면서 "기내에 있던 모든 이들 사이에는 같은 뜻을 위해 모였다는 유대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엘카나 바 에탄(38)은 국가의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사령관에게 먼저 연락해 "저 여기 있다"고 알렸다. 사령관도 "속히 오라"고 답신했다고 한다. 에탄은 현재 레바논 국경지대에 급파됐다. 그는 BBC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나긴 하지만, 내 결정은 단순명료하다"면서 "나라를 지킬 의무를 느낀다"고 전했다.
반면 가족과의 이별에 힘들어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급망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동원된 댄(35)은 WP에 3살, 9개월 자녀 2명과 이별하는 게 "매우 힘들었고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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