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프로그래머에 '음주 상영'까지... 여전한 커뮤니티비프의 매력

성하훈 2023. 10. 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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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관객 만족도 높여... 새로운 기획 위한 예산 마련 필요

[성하훈 기자]

 9일 저녁 남포동 광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남포 피날레'
ⓒ 성하훈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가 9일 폐막식 격인 남포 피날레 행사를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커뮤니티비프는 비록 4일간의 짧은 행사였으나 부산영화제의 출생지인 남포동으로 관객들을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만드는 행사라는 특징을 활용해 상영관마다 빈자리가 많지 않을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해운대에서 찾아오는 관객들에 더해 커뮤니티비프만을 위한 관객층이 따로 형성되는 모습도 엿보였다. 서울대 영화동아리 얄라셩의 이전 작품과 최근 작품, 이화여대 영화동아리 누에에서 창작된 작품을 상영했는데, 서울대 얄라셩 작품 상영에서는 1970년대 대학 영화운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연구자들이 참석해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2018년 이후 꾸준한 고민을 통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영화제에서 소외됐던 세대들까지 아우르면서 부산영화제의 폭을 넓히는 데 톡톡히 기여하는 모습이다.

"관객 프로그래머 또 도전하고 싶어"

6회를 맞이한 커뮤니티비프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리퀘스트 시네마는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돼 영화를 선정할 수 있는 매력 덕분에 관객들의 적극성이 도드라졌다. 최소 30명~50명 정도의 최소 관객이 모여야 상영이 확정되는데, 상영 때는 이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찾아 빈자리가 드물 정도였다. 커뮤니티비프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그래머 공모 과정에서 수십 명이 신청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10: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영화 선정을 맡게 된 관객 프로그래머들의 선택도 절묘했다. 대표적으로 <장화홍련> 상영은 2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자축행사의 성격이었다. <거미집>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 배우가 참석해 관객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2000년대 초반 영화를 미처 관람할 수 없었던 관객들에게는 거장 감독의 이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영화제를 통한 숨겨진 영화 보물찾기와도 같았다. 예전 명작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작들 위주로 구성된 해운대의 영화제와는 색다른 구성이었다.

장화홍련전을 기획한 관객 프로그래머 R군(영화 칼럼니스트 황홍선)은 뿌듯함과 함께 감동을 나타냈다. 그는 "예전에도 관객 프로그래머에 신청했다가 떨어졌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관객 프로그래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기획만 했고 모든 준비는 영화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다하셨다"며 "너무 멋진 준비를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비프 리퀘스트 시네마에서 <장화홍련> 개봉 2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 부산영화제 제공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툭 투 허+봄날은 간다>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
ⓒ 부산영화제 제공
 
또 다른 관객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톡 투 허+봄날은 간다> 상영 역시 유지태 배우가 연출하고 출연한 영화가 함께 상영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1990년대 홍콩 영화는 커뮤니티비프가 수년간 특별하게 선정하고 있는데, 올해는 장국영, 임청하가 주연한 <백발마녀전>이 호응을 얻었다. 오전 상영에도 좌석이 대부분 찼고, 예전에 본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처음 본 관객들에게는 전성기 홍콩 영화를 맛보게 했다. 상영 후 전문가의 해설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도 자리를 뜨는 관객이 몇 안 될 정도로 영화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통일부가 협력한 상영 역시 하나의 주제에 맞는 작품 선정으로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 북한 주민 문제를 들여다봤다. 커뮤니티비프의 폭을 넓게 한 상징적인 프로그램이었다.

행사기간 줄어든 것은 아쉬움

부산영화제를 지역 전체로 확신시킨 동네방네비프는 평소 영화제를 잘 찾지 않는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는 데 도움을 줬다. <국제시장> 상영에는 노년층 관객들이 많이 찾았고, 상영이 이뤄진 해당 지역에서는 공연이 곁들여지며 작은 축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여의도 국회에서도 12일 <빅슬립> 상영이 예정돼 부산 밖으로까지 확장됐다.

밤새 야외에서 음주를 즐기며 영화를 보는 취생몽사는 관객들의 호응 속에 밤의 열기를 이어갔고, 마을영화 제작과 상영은 지역의 영화 발전을 위해 시민들 속으로 들어간 부산영화제를 상징했다. 관객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 커뮤니티비프의 장점인데, 올해는 실내에서 진행했던 영화 퀴즈 대회를 광장으로 옮겼고, 남포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시민들과 관객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행사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부산 동래향교에서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동네방네비프
ⓒ 부산영화제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동네방네비프
ⓒ 부산영화제 제공
 
 커뮤니티비프 심야상영 취생몽사
ⓒ 부산영화제 제공
 
국내 영화제들이 한시적 축제가 아닌 지역과의 지속적인 호흡을 고민하는 가운데, 커뮤니티비프의 비중과 역할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는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 '모두모두비프'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을 위한 행사를 여는 등 연중 꾸준하게 지역에 도움 되는 행사를 진행하며 2018년 시작 이후 아우를 수 있는 영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기존 부산영화제에서 챙길 수 없었던 역할을 커뮤니티비프가 담당하는 것이다.

다만 올해 행사 기간이 4일로 지난해 8일의 절반에 불과했듯, 예산 문제는 더 뻗어 나가야 할 커뮤니티비프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5회를 넘기며 확고하게 자리잡히기 시작한 행사가 더 많은 만족감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획과 프로그램이 이어져야 한다. 관객 프로그래머를 늘리고 상영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이라는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커뮤니티비프를 담당한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남포 피날레의 경우 지역 구청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며 "부산 지역 곳곳에서 행사가 열려 만족도가 높은 행사인 만큼 지역 행정기관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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