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 반격하되 국제법 지켜야"... 유엔·EU도 우려
[윤현 기자]
▲ 이스라엘 군사 지원 방안 언급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대동한 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 보충을 위한 요격 무기 등을 추가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
AP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순전한 악(act of sheer evil)"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하마스의 공격으로 1천 명 넘게 학살당했다"라며 "이 가운데 미국인 사망자도 14명 포함됐고,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절대적인 지지 의사를 전했다. 또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 실종된 미국인이 "20명이나 그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 전부가 하마스의 인질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실종된 이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의 중"이라며 "이 상황을 악용하려는 적들을 포함해 모든 이에게 분명히 밝히건대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편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미·반이스라엘 여론 의식했나... '국제법' 강조한 바이든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완전 봉쇄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은 고의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국제법을 옹호한다"라며 "그것이 중요한 차이"라고 지적했다.
전쟁 중 민간인이나 포로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전시 국제법을 들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충돌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1200명, 가자지구는 90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으로서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거나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과도할 경우 국제적으로 반미, 반이스라엘 여론이 높아지고 이슬람권 세력이 가세해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하마스에 대해 "가자지구 무장 단체가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사살한 것은 혐오스럽고 용납될 수 없다"라며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최근 공격은 물론이고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집단 처벌인 물, 식료품, 전기 및 연료의 공급을 중단하는 완전 봉쇄에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야만적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범죄와 테러리즘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라며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EU "가자지구 완전 봉쇄는 반대... 팔레스타인 지원도 계속"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럽연합(EU)도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스라엘의 일부 결정은 국제법에 위배된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보복의 일환으로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전력, 연료, 식료품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보인 것이다.
앞서 EU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집단 처벌이라는 반대 여론이 일자 하루 만에 하마스와 별개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계속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보렐 고위대표는 "압도적으로 많은 EU 회원국이 팔레스타인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예정된 지원이 중단되거나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의 지원 방안을 조정할지 여부는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가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이번 재검토는 EU 자금이 이스라엘 공격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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