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모 CB 기획검사…증권사 임직원 사익추구 등 적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금융감독원은 사모 전환사채(CB) 보유 규모가 큰 특정 증권사에 대한 기획검사 결과 임직원의 사익 추구행위 등이 적발됐다고 1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사모 CB 발행금액은 총 23조2000억원으로 점차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 CB 인수 후 시세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고 주식으로 전환해 부당이득을 획득하는 등 불공정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사모 CB의 매매·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올해 중점 검사사항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적발된 A증권사에선 직무정보를 이용한 사적 CB 투자가 적발됐다.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A증권사 투자은행(IB)본부 직원들은 상장사 CB 발행 관련 투자자 주선 및 A증권사 고유자금 투자 업무상 얻은 직무정보를 이용했다. 직원 본인·가족·지인 등이 업무 대상 CB를 2차례 투자하고 수십억원 상당 수익을 거두는 사익 추구 행위가 발견됐다.

또 IB본부 직원들은 B상장사의 CB 발행 주선 및 투자 업무를 2차례에 걸쳐 담당하면서 직원 본인·가족·지인 자금을 모집하고 가족·지인 명의로 조합 및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납입한 후 B상장사 CB를 조합 및 SPC를 통해 취득, 처분한 결과 수십억원 상당 수익을 거뒀다.

IB본부 직원들은 해당 CB에 A증권사 고유자금이 선순위로 투자되는 상황에서 직원 및 가족 등의 자금도 조합·SPC 형태로 후순위 투자되는 사실을 소속 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A증권사는 담보대상 채권 취득·처분 시 우월적 지위 활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A증권사는 CB 일부 종목을 발행사로부터 최초 취득하면서 발행사에게 CB 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했다. 계약서상에 국채가 아닌 A0 등급 이상의 채권을 담보로 설정할 경우나 자금 사용을 위해 담보 해제가 필요할 경우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도 삽입했다.

A증권사는 또 장외파생상품을 통해 발행사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했다. 상장사인 C사는 특수관계자가 최소자금으로 C사 발행 CB의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A증권사에 요청했다. 이에 A증권사는 C사 발행 CB를 취득한 후 이 중 50% 상당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TRS) 계약을 해당 특수관계자와 맺었다. 해당 장외파생상품 계약은 A증권사가 CB 관련해 개인과 맺은 유일한 거래였으며 신용평가도 수행되지 않았다.

아울러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담보는 10% 상당 금액만 수취됐는데, 이는 주식·메자닌(중순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여타 담보대출 또는 차액결제거래(CFD) 등 파생상품 거래의 담보 비율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또는 CFD 거래의 경우 40~50% 수준 금액을 담보로 수취한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사익추구 행위 등에 대해 법규 위반 소지 검토 후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라며 "A증권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통해 여타 위법행위 개연성을 집중 점검토록 하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