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연된 정의' 비판한 尹…"국민과 기업에 심각한 피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도 있지 않으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지연된 정의(正義)’를 비판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준칙 시행령 개정안을 언급하며 나왔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한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도 경찰의 송치 사건을 보완 수사할 수 있고, 경찰이 재수사를 거부할 경우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고소·고발에서 시작해 수사와 재판에 이르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현실을 ‘지연된 정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기간 피해를 본 국민들은 구제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법무부와 경찰에 국민의 신속한 권리 구제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도 ‘지연된 정의’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연된 정의는 규제만큼이나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단순 이자 비용 증가뿐 아니라, 불확실성에 놓인 기업이 신규 투자를 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나 사법부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에선 윤 대통령의 ‘지연된 정의’ 비판을 두고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지난달 퇴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가장 큰 비판을 받은 지점도 ‘재판 지연’이 불러온 ‘지연된 정의’ 문제였다. 김 전 대법원장도 지난달 22일 퇴임사에서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이균용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 중 하나도 재판지연 해소 등 사법개혁 추진의 적임자였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선 기업들에 대한 총력 지원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빨리 걷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처별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와 규제 사안을 다시 한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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