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하라"…광주시 등에 권고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광역시 등에서 추진 중인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鄭律成·정뤼청·1914?~1975)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기존 사업들도 이른 시일 내에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통해 "정율성은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군가(軍歌)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광주 출신 음악가로서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고,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 공산당은 정율성의 공적을 기려 200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신(新)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그를 포함하기도 했다.
보훈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18년 정율성에 대한 독립유공자 공적을 심사하기도 했으나 1945년 광복 및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노동당 황해도당위원회 선전부장 등으로 활동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한 이력을 등을 고려할 때 국가유공자 서훈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북한 정권을 지지한 행적이 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하지 않았다.
보훈부의 이번 조치는 올 6월 부(部) 승격 이후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관련해 처음 시정을 권고한 것으로서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남구·동구, 전남 화순군과 전남교육청·전남 화순교육지원청이 그 대상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엔 '정율성로(路)'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된 상황. 이곳엔 정율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 등도 설치돼 있다. 광주시는 이외에도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전남 화순군엔 '정율성 고향집'(전시관)이 운영되고 있고, 능주초등학교에도 정율성 흉상·벽화 등 기념시설이 있다.
박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 설치·존속은 용납할 수 없다"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국가의 품격은 누굴 기억하고 기념하는가에 달려 있다.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호국영령과 참전 영웅들이 아닌, 적군의 사기를 북돋웠던 나팔수이자 응원 대장을 기리는 건 우리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율성 관련 사업계획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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