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건축, 전관 인사 영입 이후 공공사업 수주액 급증
설계업계 대표 전관 업체로 지목받고 있는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해안종합건축)가 최근 몇 년간 대형 공공 발주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외형을 급격히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안종합건축이 최근 3~4년 전부터 공공기관 및 지자체 출신 전관 인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공공 발주 물량 수주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해안종합건축의 지난해 매출액은 1921억원으로, 10년 전인 2013년 매출액 670억원 대비 3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이뤘다.
연도별 매출액 추이는 ▲2013년 670억원 ▲2014년 705억원 ▲2015년 934억원 ▲2016년 1104억원 ▲2017년 1205억원 ▲2018년 1290억원 ▲2019년 1246억원 ▲2020년 1530억원 ▲2021년 1896억원 ▲2022년 1921억원 등이다.
해안종합건축의 급성장 비결로 전관 이권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설계업계 관계자는 “대형 설계회사 전부 전관 인사가 취업해 있기는 하지만, 해안종합건축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며 “특히 전관 인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한 3~4년부터 해안종합건축의 굵직한 공공 발주 사업 수주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해안종합건축에는 다수의 전관 인사들이 부회장, 부사장 등 임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서울시 고위급(행정2부시장) 출신 인사 등 공공기관 및 지자체 출신 전관 인사 10여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이 학연 등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공공 발주 물량 수주에 앞장서면서 해안종합건축의 매출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LH건설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안종합건축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LH가 발주한 공공 발주 사업 20건(총 용역비 920억원)을 수주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본격적으로 수주 용역비가 급증했다.
연도별 용역 수주액은 ▲2013년(수주 1건) 63억5000만원 ▲2014년(1건) 19억8000만원 ▲2015년(2건) 37억2000만원 ▲2016년(1건) 33억6000만원 ▲2017년(2건) 67억 2000만원 ▲2018년(2건) 91억원 ▲2019년(3건) 176억8000만원 ▲2020년(2건) 131억원 ▲2021년(2건) 136억5000만원 ▲2022년(3건) 127억6000만원 등이다. 반면 LH 철근누락 사태로 전관예우 논란이 커진 올해는 수주액 35억7000만원(1건)에 머물고 있다.
이외에도 해안종합건축은 굵직한 지자체 등 여러 공공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2020년에는 경기도 대표도서관 건립사업 등 6건을 수주해 282억원 매출을 올렸다. 2021년에는 킨텍스 제3전시장 기본설계 물량을 포함해 5건(276억4000만원)의 사업을 따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인천광역시 신청사 건립사업과 부산 벡스코 제3전시장,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및 중앙감염병병원 등 수주를 이뤄냈다. LH 전관예우 논란에서 한발 벗어난 지자체 등의 공공 발주 사업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설계업계에서는 해안종합건축 사례와 같은 전관 이권 카르텔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근 LH가 내놓은 전관 기준 강화, 전관 업체 용역별 벌점 부여 등 새로운 평가 기준을 공공 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모든 사업으로 확대하는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LH는 지난 22일 전관 이권 카르텔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LH는 전관 기준을 공직자윤리법 취업제한 수준인 2급 이상,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인 자로 규정하고 임원으로 재취업한 경우에는 직급과 관계없이 강화 적용키로 했다.
또 전관 업체의 수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관 업체에 대해 용역별 최대 감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LH 퇴직자 현황 DB도 구축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LH 퇴직자 현황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만약 미제출, 허위제출 등에 대해서는 계약취소, 입찰참가자격제한 등의 제재를 통해 DB 관리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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