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서구청장 뽑는 출근길 1표…"정권 얄밉다"vs"일 잘할 후보"
與 지지 "구정 이어서 잘할 후보"
野 지지 "여당 너무 막 나가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11일 오전 6시, 동이 트기 전 쌀쌀한 날씨 속에서 화곡8동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소 앞에선 어두운 시야를 밝히기 위해 휴대전화 플래시를 터뜨리며 '투표 인증샷'을 찍는 강서구민도 보였다. 한 유권자는 예상보다 많은 투표 인파에 놀란 듯 "출근 인파인지 투표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번 선거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권수정 정의당·권혜인 진보당·김유리 녹색당·고영일 자유통일당 등도 소수정당 후보도 강서구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강서구는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으로 꼽히는만큼 이날 투표소 인근에서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강서구는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득표율 49.17%로 국민의힘(46.97%)을 눌렀고, 2020년 총선에서는 강서 갑·을·병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들을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재수생 딸의 밤샘 공부 후 함께 투표장을 찾은 모녀는 함께 정권 심판을 외쳤다. 딸 김모양(19)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어머니 김모씨(45) 또한 "원래도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하는데,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다시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지만, 정부여당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출근길에 한 표를 행사한 이모씨(53)는 "원래 민주당 지지는 아니지만,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오전 6시가 되자마자 투표한 이모씨(60) 또한 "원래 민주당 지지자는 아닌데 요즘 정권이 하는 짓이 얄밉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는 직전 강서구청장이던 김태우 후보가 지난 5월 유죄판결이 확정되면서 치러지는 만큼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이 씨는 "김태우 후보는 재판을 받았는데, 그렇게 다시 나온 사람이 (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집권여당 소속 강서구청장·서울시장·대통령 핫라인에 대해서는 "정권 바뀔 때마다 그랬던 것 아니냐. 야당은 그럼 전부 당선되지 말라는 거냐"며 손사래를 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 당원이었다고 밝힌 강태준(67)씨는 "다른당 후보를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 후보가) 한번 갔다 왔으면 이번에는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정치인이 양심을 가져야 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김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일 잘하는 사람'을 강조했다. 홍모씨(67)는 "김 후보가 전에도 일을 잘했다. 여기도 재개발을 했다"면서 "하던 것을 와서 몇 개월 만에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공항 쪽도 노후한데 주민들이 그런 것을 많이 생각하고 투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침 일찍 투표에 참여한 정모씨(72)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기 때문에 투표장에 나왔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일을 잘할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하면서 빠르게 출근길에 나섰다.
시민들이 신임 구청장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경제 활력'이었다. 박모씨(47)는 "구청장에 바라는 것은 당연히 재개발"이라면서도 "공약에는 다들 넣었는데 될지는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36년간 강서구에 살았다는 채모씨65)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 이쪽 지역이 너무 낙후돼 있어서 (삶의 질 향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재개발·재건축으로 세입자인 주민은 오히려 피해를 본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밤새 근무하고 퇴근길에 투표했다는 유모씨(41)는 "개발을 해봤자 어차피 이 동네 사람들은 쫓겨나는 거다. 아파트를 만들어봤자 빌라 사람들 딴 곳으로 밀려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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