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제작사, 그들이 생존하려면
‘제작사 연합’ ‘정부 제작비 보증’ 논의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소비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제작사들은 울상이다. 흥행이나 높아진 인지도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이 유통을 독점하면서 제작사는 IP를 제공하는 하청 업체로 전락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IP 확보해야 추가 수익 기대 가능
넷플릭스 거절한 ‘우영우’ 모범 사례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제작사에서 IP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을 부담하고 일부 마진까지 얹어주는 대신, IP는 모두 가져가는 구조다. 콘텐츠 흥행과 상관없이 받는 돈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지만 2차 저작에 따른 추가 수익은 일절 기대하기 어렵다.
“제작사가 IP를 안 팔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은 녹록잖다. IP를 넘기지 않을 경우 제작비를 제작사에서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드라마 제작 자체가 어려운 탓이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형 제작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IP를 포기하더라도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놔야 인지도라도 쌓을 수 있다’는 식으로 타협이 이뤄지는 이유다.
이제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IP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현재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에이스토리에서 만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안을 거절하고 KT 산하 채널인 ENA와 손을 잡았다. 흥행 가능성 면에서는 넷플릭스와 비교가 안 되지만 ‘제작사가 IP를 보유할 수 있다’는 조건 하나만 보고 내린 결단이다.
덕분에 우영우는 드라마 종영 후에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웹툰·뮤지컬 등 2차 창작물로 확장됐고 현재 10개국 이상 리메이크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다른 걸 다 포기하더라도 IP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콘텐츠에 자신만 있다면 아직 인지도가 낮은 신생 채널이나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단 양질의 콘텐츠가 제작이 되고 나면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 손잡고 ‘IP 조항’ 공동 대응
IP를 지키기 위해 ‘콘텐츠 제작사 연합체’를 만들어 글로벌 OTT 플랫폼과 경쟁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제작사는 콘텐츠 창작·제작에 전념하고 연합 플랫폼은 국내외 유통을 담당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정우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제작사들이 조합을 만들어 OTT와 계약할 때 IP 관련 조항을 공동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며 “처음에는 OTT의 제작비 지원을 받는 일이 어려워지겠지만, 협상력이 강화된다면 차츰 제작비 지원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K-콘텐츠 관련 지속 가능한 제작 생태계가 형성돼야 제작사가 안정적으로 IP를 확보하고, 실적 또한 개선된다는 의견이다.
한 콘텐츠 제작사 대표는 “최근 방송 편성이 확정된 콘텐츠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PF의 원금과 수익금 회수를 원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와 콘텐츠의 투자에 대한 회수 기간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제작사가 안정적으로 IP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귀띔했다.
K-콘텐츠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만큼, IP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도 방법이 될 수 있다. IP가 가진 미래 가능성을 보고 정부 보증을 통해 제작사에 일정 제작비를 확보해주는 방식이다.
정부도 여러 지원 정책을 논의 중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폭을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자금이나 세금 지원뿐 아니라, 제작자 권익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관한 필수 교육을 늘리고 표준계약서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계약 단계에서 불공정 여지를 제거하고 제작자의 권익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K제작사 지원해 협상력 강화…위기를 기회로”

Q. K콘텐츠가 해외에서는 인기인 반면, 제작사는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A. 콘텐츠 산업 성장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콘텐츠업계는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왔다. 글로벌 시장 확대, 기술 발전 등의 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왔고, 전략적 선택으로 성장을 이어왔다. 지금의 위기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따라 플랫폼과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 크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K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제대로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Q. K콘텐츠 산업을 위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역할은.
A.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산업에 인력, 인프라, 재원을 공급하면서 K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양적으로는 K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한다. 특히 올해 뉴콘텐츠아카데미를 열어 신기술 콘텐츠 분야를 이끌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과 연계한 정책 금융 확대를 통해 보다 많은 재원이 업계에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현재 K콘텐츠 제작사는 거대 자본과 경쟁하고 있다. 지원 방안은.
A. K콘텐츠 제작사는 글로벌 OTT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IP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금융을 이용한 자금 확보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나아가 인력 양성부터 기획 개발까지 다양한 지원으로 K콘텐츠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K콘텐츠 제작사 협상력도 올라갈 수 있다.
Q. K콘텐츠 제작사들에 한마디.
A. K콘텐츠 제작사에 닥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무엇보다 업계 이야기를 잘 듣고 풀어나갈 것이다. 바다에는 밀물과 썰물이 항상 함께하듯 콘텐츠 산업에도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시기에 대응해 전략 수립과 선택을 잘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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