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급해진 美 하원의장 재선출…발등에 불 떨어진 공화당

정현진 2023. 10. 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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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10일 하원의장 후보 정견 발표 진행
하원 전체투표 일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
미 의회 혼란에 이스라엘 지원 여부 불투명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하원의장 재선출 절차를 밟고 있는 공화당이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장 없는 하원은 사실상 어떠한 입법 절차도 밟기 어려워 이스라엘 군사 지원 등 긴급한 사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유력 후보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민주당을 포함한 하원 전체 투표에서 과반수인 '매직 넘버' 217표를 받기도 쉽지 않아 실제 선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조던 vs 스컬리스 '2파전'…매카시는 재출마 포기

10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날 오후 차기 하원의장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위한 포럼을 진행했다. 지난 3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미 의회 234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격 해임되면서 후임을 정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출마를 공식 선언한 공화당 소속의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59)과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루이지애나·57) 등 2파전이 진행되고 있다.

조던 위원장은 이번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로 공화당 내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경파 이미지 때문에 공화당 중도 온건파를 중심으로 그가 하원의장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06년 하원에 입성, 지난 1월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으며 친(親)트럼프 성향의 인물이다.

공화당 소속의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사진 오른쪽)과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매카시 전 의장에 이어 하원 공화당 서열 2위인 인물이다. 2008년 의회에 입성한 그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당내 선호도가 높다. 정치 성향 면에서는 매카시 전 의장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2017년 야구 연습장에서 총격 테러를 당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혈액암 진단을 받아 투병하고 있어 건강상의 우려가 제기된다.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중도 우파와 경합지 의원들의 지지를 일부 얻은 가운데 조던 위원장은 다양한 보수 계파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NBC뉴스는 보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해임됐던 매카시 의원이 이전에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재출마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이날 정견 발표 포럼이 시작하자마자 자리를 뜨면서 본인은 출마할 의사가 없고 동료들에게도 자신을 지명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던 의원이나 스컬리스 원내대표 중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중 나오는 누구에게든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공화당이 과반의 표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선거에 부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약 16년간 함께 일해온 '9선' 세 의원이 하원 내 공화당의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 공개석상에서 충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조던 의원과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포럼장에서 차기 하원의장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공세를 펼쳤고 매카시 의원은 막판에 재출마를 시도했다가 관련설이 나온 지 30시간이 지난 뒤에야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예정대로 11일 하원 전체투표 진행될까

공화당은 당초 이날 후보자 정견 발표와 최종 결정을 진행한 뒤 11일 하원에 전체 투표를 부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계획한 대로 일정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후보를 정한다고 해도 해당 후보가 전체 투표를 거쳐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원의장은 하원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결정되는 만큼 일반적으로는 다수당이 하원의장을 배출해왔다. 다만 현재 공화당(221명)과 민주당(212명) 간 의석 격차가 크지 않고, 공화당 내에서 20명 정도 되는 강경파가 선거판을 흔들 수 있어 공화당이 후보를 세워도 해당 후보가 217표라는 과반 득표에 성공해 당선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원들은 아직 후보자가 전체 하원 의석 중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217표를 어떻게 얻어낼지, 또 다음 달 중순 만료될 임시예산안 이후 새로운 예산안을 어떻게 밀어붙일지 등 중요한 질문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다수 공화당 의원들이 누구를 후보로 선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낸 의원도 거의 없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 정견 발표 포럼에 참석한 공화당 의원들은 후보자 결정 자체가 11일에 이뤄질지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마이크 가르시아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포럼장을 떠나며 "내일 아침에 후보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확률이 50 대 50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지원해야 하는데…'하원 무력화' 비판도

공화당 지도부는 하원의장 후보 선출과 관련해 마음이 조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카시 의원이 해임된 지 나흘 만인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이 이뤄지면서 당장 미 의회에서 이스라엘 군사 지원 등 긴급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에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안보 이익을 돕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의회에서도 양당 지도부가 동시에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하원에서만 390명 이상의 의원들이 이스라엘 지원이 필요하다며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는 미 의회의 컨센서스가 형성됐지만, 수장이 없고 분열된 하원이 어디로 향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가운데)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하원이 이스라엘 지원을 승인하려면 선출된 의장의 법안 상정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다만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그의 측근인 패트릭 맥헨리(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이 하원의장 대행 역을 맡은 상황에서 대행이 이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 의회에서 하원의장이 해임된 경우가 처음인 만큼 전례가 없어 법적 해석이 달리 이뤄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대행이 제한적인 권한만 보유하고 있어 법안 등을 상정하진 못한다고 본다. 반면 하원의원의 과반수가 동의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행이 무엇이든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갑작스러운 전쟁 사태에도 하원의장 공백으로 미 의회가 곧바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자 이를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원의원 단 한 명만으로 의장 해임 건의안을 올릴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실제 의장이 해임돼 하원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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