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 오는 유커, 웃지 못하는 면세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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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연휴 서울 시내 한 면세점.
두 달 전 유커의 한국 방문이 허용됐을 때만 해도 면세업계는 중국의 황금연휴로 꼽히는 국경절 연휴가 잦아든 국내 면세산업 분위기를 전환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선 면세업계가 유커 귀환을 기다리기보다 킬러 콘텐츠 육성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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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궁 매출 줄고 유커 유입 예상만큼 크지 않은 탓
고물가 영향… "한국 여행 경비 부담"
한글날 연휴 서울 시내 한 면세점. 3일 연휴에 나들이객이 북적이는 바깥 풍경과 달리 한산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를 전후해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이 줄지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과는 달리 개인 중국 관광객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명품관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방문객 응대를 하는 직원은 일부였다. 한 명품 매장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는 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며 "연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환율이 높아 국내 고객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 특수 기대감에 부풀었던 면세업계에 그늘이 드리웠다. 두 달 전 유커의 한국 방문이 허용됐을 때만 해도 면세업계는 중국의 황금연휴로 꼽히는 국경절 연휴가 잦아든 국내 면세산업 분위기를 전환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5개월여 만에 중국인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재개하는 것이어서 기대감이 컸다. 유커 유입에 올 하반기 실적 반전도 전망됐으나, 막상 이 기간 유커 유입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인 전체 매출이 직전 동일(9월 21~30일) 대비 50% 감소했다. 올해 들어 진행된 업계의 송객수수료 정상화 움직임에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매출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유커 매출로만 보면 45%가량 늘었지만, 여전히 면세점 매출에서 절대적인 따이궁 매출 감소분까지 상쇄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따이궁 객단가가 워낙 높다 보니 해당 매출을 커버하기 위해선 사드 이전 수준으로 유커들이 와야 한다"며 "초반에 기대한 것만큼 유커들이 들어오고 있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 길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유커 귀환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중국 경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최근 경기 침체와 정치 상황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의향이 줄었다고 답했다.
고물가도 유커 발길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엔 유커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유통업계는 역마진을 불사하고서라도 저가 관광 상품을 출시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가격이 싼 상품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기간 문을 닫은 호텔도 늘면서 숙박비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초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방문 당시 일본보다 음식값과 교통비, 숙박비용이 비싸다는 의견을 국내 면세점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면세업계가 유커 귀환을 기다리기보다 킬러 콘텐츠 육성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TS와 블랙핑크 등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에 천편일률적인 쇼핑 아이템으로 돈을 벌려는 것은 관광 트랜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자주 방문하듯, 콘텐츠를 개발해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자주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면세점들도 이런 관광 패턴에 맞게 긴밀히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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