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어도비의 역습, 저작권 해결한 AI 신기능 100개 이상 붙였다
‘최종.ai’, ‘최최종.psd’, ‘최최최종_v.zip’…. 디자이너나 영상 편집자들의 PC에선 흔한 파일명이다. 이를 낳은 것은 ‘좀 더 귀여운 느낌?’ ‘틱톡용 추가요’ ‘가로세로 16:9 아니고 9:16으로 바꿔주세요’ 같은, ‘고객님’들의 잦은 변덕. 담당자는 오늘도 야근이다.
이런 고통에서 풀려날 ‘크리에이터 광복절’이 바로 오늘이라고, 어도비가 선언했다. 창작자들의 무기는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프리미어 등에 붙은 인공지능(AI) 기능 등 100여 종의 신기능이다.
무슨 일이야
10일(현지시간) 어도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례 컨퍼런스 ‘어도비 맥스(MAX)’를 열고 자체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모델 3종과 AI 적용 기능 등 업데이트 100여 가지를 발표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 강연에서 “어도비가 창의력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라고 선포했다.
뭐가 새로워진 거야?
① ‘말로만 그림’ 100% 가능
지난 3월 어도비는 자연어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생성 AI 모델 ‘파이어플라이 이미지’를 공개했고, 지난달에는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게 됐다. 데이비드 와드와니 디지털 미디어 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한 달 동안만 이를 통해 10억 건의 이미지가 생성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돼 시연한 ‘파이어플라이 이미지 2’는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뿐 아니라 ‘해변에 길을 내줘’ ‘바다에 방갈로를 없애줘’ 같은 추가 명령으로 고해상도의 맞춤형 이미지를 생성해냈다.
가게 전단지나 초청장, 포스터 같은 템플릿 이미지를 생성하는 ‘파이어플라이 디자인’ 모델도 공개됐다. ‘부동산 모델하우스’같은 문구를 입력하면 이에 걸맞는 전단지 여러 장을 3~5초 이내에 만들어낸다.
② 영상·이미지 편집에 ‘노가다’ 제거
이날 기조 강연에선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인플루언서 같은 창작자들이 객석 1만여 석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단순 반복 작업을 줄여주는 AI 기능이 무대에서 시연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텍스트 명령으로 벡터(해상도 손상 없이 확대·압축·재사용이 가능한 형태) 파일을 생성하는 기능, 하나의 영상·이미지를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에 적합하게 자동 변환하는 기능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어도비의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프리미어 프로’에서 ‘텍스트 기반 편집’ 기능이 시연될 때에는 객석이 탄성으로 뒤덮였다. 인터뷰 동영상에 대한 자막이 자동 생성되며, 중간에 ‘음’ ‘그러니까’ 같은 단어를 자막에서 선택해 지우면, 동영상에서 해당 부분들이 자동으로 일괄 삭제되며 앞뒤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③ 기업 브랜딩에도 활용 쉬워져
기업에 유용한 AI 신기능들도 소개됐다. ‘생성형 매치’ 기능을 적용하면, AI가 특정 스타일이나 가이드라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기업이 쓰는 여러 이미지에서 브랜딩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미지·영상에서 변경할 부분을 세부 지정하고 클라우드 상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혼선 없이 협업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어도비의 빅 픽쳐
① 스테이블 디퓨젼, 저리 비켜
전통의 강자 어도비는 스테이블 디퓨전과 오픈AI 등 신흥 AI 강자들에 비해 생성 AI에 대한 대응이 한 걸음 늦었다. 대신 “상업적으로 안전한 AI”(나라옌 CEO)를 강조한다. 어도비의 AI 모델은 어도비의 콘텐트 창고 ‘어도비 스톡’의 이미지·영상 등으로 학습했는데, 사용 허가를 받았거나 저작권이 만료돼 저작권 분쟁 우려가 해소된 데이터들이다. 어도비는 AI로 생성한 이미지에 제작자 이름과 제작일시, 사용한 도구 등 정보를 보여주는 ‘콘텐트 자격 증명’도 도입했다.
이는 저작권 논란에 휘말려 있는 스테이블 디퓨전 등과 선을 그은 것이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무단 도용 데이터로 학습했다’며 게티이미지로부터 고소를 당했는데, 패소할 경우 여기서 생성한 이미지의 합법적 사용 여부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② 학생, 자영업자도 ‘AI 구독 시대’ 오나
어도비는 이날부터 학생 등 초심자를 위한 도구인 ‘어도비 익스프레스’에도 이미지 생성 AI인 파이어플라이의 AI 신기능을 적용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상용화한 파이어플라이 이미지 모델 사용자의 90%는 어도비 제품을 처음 써본 이들이라고. 오픈AI와 구글 같은 AI 선두 주자들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생성하는 멀티 모달 AI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어도비는 비(非)전문가도 AI 도구를 일상에서 쓸 수 있게끔 ‘대중화’에 나선 것.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아마존 멤버십을 구독하듯 ‘AI 구독 시대’가 올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어떻게 쓰면 돼?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익스프레스 같은 기존 어도비 제품을 구독 중인 사용자는 추가 요금 없이 기존 계정에서 AI 기능을 쓸 수 있고, 구독자가 아니어도 파이어플라이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월 단위로 AI 활용 이미지 수가 제한되며, 기준 사용량을 초과하면 AI가 이미지를 느리게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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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것
인도계인 샨타누 나라옌 CEO는 2007년 취임해 16년째 어도비를 이끌고 있는, 정보기술(IT) 업계 내 대표적인 장수 CEO다. 2011년에는 고가의 소프트웨어 패키지 제품 판매 위주였던 어도비의 사업을 클라우드 기반의 소액 월 구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때부터 어도비는 기업(B2B)과 개인용(B2C)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회사로 탈바꿈했다.
나라옌 CEO는 전략적 인수 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 디지털 분석 업체 옴니추어를 인수했는데, 이후 디지털 마케팅 사업은 어도비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새 먹거리가 됐다. 지난해에는 경쟁 상대로 급부상한 그래픽 협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피그마’를
200억 달러(약 28조원)에 전격 인수했다.
로스앤젤레스=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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