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내우외환 산업계 위험 분산의 시대

박선미 2023. 10. 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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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번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지역의 불안정한 분위기가 언제, 어떻게 우리 기업에 직·간접적 손실을 미칠지 쉽게 계산할 수 없는 것을 불안해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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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번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산업계는 또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앞에 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산업계는 '일시적 충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지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정세를 살피며 잠시 피해가는 구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러-우 전쟁은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우리기업들의 현지 생산·판매법인은 2년 가까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생산,판매활동도 불가능해 적자 운영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이번엔 중동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산업계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러-우 전쟁 초기 때처럼 현지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본사와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대응 중이다. 아직 일시적 충돌로 끝날지, 신(新) 중동전쟁으로 확전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이스라엘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비교적 안전한 텔아비브에 모여 있고 그 수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스라엘 연구소,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 판매법인을 두고 있고 현대차와 LG전자도 유럽기술연구소, 판매지점 등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나비효과'를 우려해야 한다. 글로벌화를 외치며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간 우리 기업들이 갑작스레 밀려드는 외부의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되서는 안된다.

이미 우리기업들은 러·우 지역 전쟁으로 생산·판매지역의 한 쪽을 잃은 것은 물론 공급망 교란·세계 경기 회복 둔화 및 소비 위축의 피해를 입었다. 변화된 안보지형과 블록화로 인해 미중 간 패권경쟁은 더 강해졌고 그 사이에 끼인 한국 기업도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중동지역의 불안정한 분위기가 언제, 어떻게 우리 기업에 직·간접적 손실을 미칠지 쉽게 계산할 수 없는 것을 불안해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 년째 계속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미·중 간 패권경쟁에 대해서도 우리 기업들은 조금 더 위험분산과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공급망 및 생산지역 다변화, 국내로의 유턴(U턴)지원 등이 느리게 진행된 탓에 지금 우리 기업들은 손 놓고 상대방의 결정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다. 물론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적용하되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은 별도 허가 절차나 기한 없이 예외로 두기로 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일단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유예조치가 이달 종료된다는 예정된 수순 앞에서 우리 기업들이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미 정부가 조치를 연장해주기만을 바랄수 밖에 없던 상황은 되짚어볼만하다.

위기는 늘 꼬리를 물고 온다. 글로벌화에 대한 무게를 생각해서라도 성공의 축배를 들기전에 더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수렴되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박선미 산업IT부 차장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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