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격 권리 있다”…UN “이스라엘 공격도 우려”

전웅빈 2023. 10. 1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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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순전한 악’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에 반격할 권리가 있다고 지지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반격을 돕기 위해 특수작전부대도 지원했다. 그러나 가자 지구 전면 봉쇄와 이스라엘의 무차별 보복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칫 정당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하마스에 의한 ‘부모와 아기 살해’, ‘여성에 대한 강간·폭행’ 등을 언급하며 “순전한 악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이런 악의적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대응을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인질 살해를 경고한 하마스의 잔인성을 비난하며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IS)의 광폭함을 연상시킨다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하마스의 공격으로 1000명 이상이 학살당했다. 그중에는 미국인 사망자가 14명 포함됐고,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과 함께할 것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후 브리핑에서 “미국인 인질 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 20명이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어느 나라, 어느 조직, 그 누구든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자에게 한마디만 하겠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탄약과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을 보충할 요격 무기들을 포함한 추가적 군사지원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고, 공격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게 될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국 특수작전부대가 하마스에 대한 반격 작전의 계획과 정보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결된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는 하마스 공격과 관련한 정보 및 외교 정책 실패에 대한 공화당 비난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담겼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전면 봉쇄 등 보복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 염려도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모든 당사자가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왔다”며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인을 학살한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도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이사회는 하마스를 향해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가 수백 명의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보고는 혐오스럽고 용납될 수 없다”며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사회는 그러나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최근 공격과 의심할 바 없이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집단적 처벌이 될 물, 식량, 전기 및 연료의 공급을 중단하는 완전 봉쇄 공격을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모두 언급하며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엄격히 준수하라. 국제법을 위반하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모든 사람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긴급회의 후 “이스라엘 대응 일부(가자지구 전면 봉쇄)는 국제법을 위반했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국제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조치를 비난하며 “보편적 인권선언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군사배치가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일을 경험한다면 우리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하며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테러리스트의 목적은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아 살해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전쟁법을 옹호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반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확산할 경우 국제 사회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도 9·11 테러 직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크라 등에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정당화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그 지지가 약화했다”며 “이스라엘군은 부수적 피해를 제한한다면 하마스와 같은 테러집단과의 도덕적 차이를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지금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만 미국의 경험에서 배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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