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호페쉬 쉑터 “삶에 대한 질문 던지는 작품 추구”

장지영 2023. 10.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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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일 국립극장, 국제현대무용제 폐막작 ‘더블 머더’로 9년만에 내한
안무가 호페쉬 쉑터 ⓒ호페쉬 쉑터 컴퍼니

지난달 20일 개막한 국제현대무용제(MODAFE)는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현대무용축제다. 42회째인 올해 축제 라인업에서 무용 팬들의 관심이 몰리는 작품은 폐막작인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더블 머더(클라운스/더 픽스)’다. 오는 14~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더블 머더’ 안무가가 현재 전 세계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핫한 호페쉬 쉑터(48)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출신인 쉑터는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무용단 바체바 댄스 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2002년 영국 런던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2003년 안무 데뷔작 ‘프래그먼트’로 주목받은 그는 2007년 안무작 두 개를 한데 묶은 ‘당신들의 방에서/반란’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영국 무용계의 선도적 지위를 확립했다.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단을 만든 그는 2010년 ‘폴리티컬 마더’, 2012년 ‘반란/당신들의 방에서’, 2014년 ‘선(Sun)’으로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다. ‘더블 머더’로 9년 만에 내한하는 쉑터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쉑터는 “우리 무용단을 늘 따뜻하게 맞아주던 한국 관객을 사랑한다. 아름다운 도시와 맛있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며 오랜만의 내한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더블 머더(Double Murder)’는 2016년 ‘광대들’을 선보인 후 2021년 ‘더 픽스’를 더한 것이다. ‘광대들’은 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소를 다룬 작품이다.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위협적으로 변하는 드럼 비트와 노래 속에 움직임이 폭력적으로 되어간다. 그런데, ‘광대들’이 점점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다루는 데 비해 의상은 19세기 풍이다. 이에 대해 폭력이 단순히 현대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인류의 문화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해석된다. 이에 비해 ‘더 픽스’는 ‘광대들’과 달리 시작은 다소 무겁지만, 점점 마음을 위로하듯 따뜻해진다. 특히 맨 마지막 부분에 무용수들이 객석에 내려가 관객을 안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광대들’을 선보인 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픽스’를 만들게 됐어요. 두 작품은 인간의 소통방식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주죠. ‘광대들’은 가볍고 유쾌하지만, 폭력의 끝나지 않는 순환을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더 픽스’는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부드러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광대들’. ⓒTodd MacDona

쉑터는 작품을 안무할 때 음악도 직접 작곡하는 경우가 많다. ‘더블 머더’도 예외가 아닌데, 섬세한 감정과 분출하는 에너지를 표현하는데 음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무용을 공부할 때부터 드럼과 퍼커션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영국에 오기 전 프랑스 파리에서 잠시 록밴드의 드럼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은 내 일부이며, 무용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작곡하지 않은 음악을 사용하는데, 작품에서 새로운 기능이나 다른 향기를 제공한다고 생각될 때”라고 설명했다.

영화 등 영상매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쉑터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쉑터는 안무가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영국 드라마 ‘스킨스’의 감각적인 오프닝을 만드는 등 영화와 드라마 속 안무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엔 프랑스 감독 세드릭 클라피시의 영화 ‘라이즈’에서 안무 및 음악을 맡기도 했다. 또한, 쉑터는 ‘광대들’ ‘폴리티컬 마더’ 등 자신의 작품들을 무대에서 공연한 뒤 댄스필름으로도 만들고 있다.

“영상 매체를 좋아해요. 영상은 공연을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미디어입니다. 댄스필름의 경우 단순히 공연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흐름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만들어요. 그렇게 하면 관객들이 작품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앞으로도 영상작업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그가 안무를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그가 안무가로서 세계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품을 만들 때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들을 다루는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나 자신과 사람들에게 삶의 다양한 감정을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막상 느낄 기회가 적지만 무대 위에서는 다양하게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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