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나무도 벌목…산림 바이오매스 되레 온난화 부추긴다"
산림에서 수확한 목재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이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원목까지 태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부가 지원 정책 탓에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면서 오히려 숲을 땔감으로 태우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모순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 건강에 악영향이 없도록 다른 용도로 활용이 어려운 목재로 철저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미향 의원 정책 보고서 발간
보고서는 산림에서 수확한 목재가 무분별하게 발전용으로 사용되면서 산림 훼손과 함께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물체를 의미하는 바이오매스 중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것으로는 목재 펠릿, 목재 칩, 땔감, 숯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벌목이나 수집을 통해 산림에서 얻은 것을 산림 바이오매스라고 한다.
펠릿이나 칩으로 가공된 산림 바이오매스는 일반 보일러 등에도 사용하지만, 화력발전소에서 많이 사용한다.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의 70%가 국내외에서 생산한 산림 바이오매스다.
지난해 758만㎥ 사용, 8909 GWh 생산
산림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2012년 293 GWh(2억9300만kWh)에서 2021년 8909GWh로 42배 증가했다.
발전시설 보급 용량도 300㎿에서 2195㎿로 7배로 늘었다.
현재 전국 24개 발전사가 28기의 바이오매스 전소 설비를, 10개 발전사가 42기의 혼소 설비를 운영 중이고, 건설 예정인 발전 설비도 5곳이나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758만㎥의 산림 바이오매스가 이용됐다.
2012년 5만 톤이었던 국내산 목재 펠릿 생산량이 2022년에는 74만톤으로 늘었고, 수입한 것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목재 펠릿 이용량은 465만톤에 이른다.
늘어난 국내산 바이오매스 수요의 대부분은 대형 목재 펠릿 공장 3곳이 충당하고 있는데, 2026년까지 현재 생산 규모의 절반이 넘는 만큼 더 늘어날 예정이다.
온실가스 연간 1100만톤 배출
하지만 현실적으로 탄소 중립과 거리가 멀다.
지난 8년간 바이오매스 1톤을 태울 때 평균 1653㎏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고, 발전 1kWh당 122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산림 바이오에너지 발전 부문에서는 지난해에만 110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 때 바이오매스는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국내 목재 펠릿의 경우 발열량 품질 기준이 ㎏당 3940kcal 이상으로 돼 있고, 목재 칩의 경우 최소 기준도 없다.
이에 비해 2021년 국내 발전업계가 사용한 유연탄·중유·가스의 평균 발열량은 각 5563 kcal/㎏, 9840 kcal/㎏, 1만3083 kcal/㎏으로 월등히 높다.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금방 나무가 자라는 게 아니다.
이산화탄소 흡수를 통해 탄소 중립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걸린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전북대 최수형 교수는 2021년 한 논문에서 "바이오매스의 탄소 부채 상환에는 약 70년이 소요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최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 교수는 "이는 이론적으로 예측한 최상의 결과이며, 실제로는 이보다 나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바이오매스는 진정으로 탄소중립적이지 않으며,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부적합하다"고 결론지었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가중치 탓
버려지는 바이오매스(미이용 바이오매스)에 대해서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2배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인정해주는 식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가중치를 곱해 발급되는 크레딧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이를 인증서 거래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REC 가중치는 정부가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가장 직접 관리하는 수단이다.
이처럼 산림 바이오매스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일반 산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가중치를 하향했다. 그러나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를 신설해 역대 최고의 가중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2018년 6월 현재 운영 중인 발전소나 2019년 7월까지 허가받은 시설 등에 대해서는 기존 가중치가 그대로 적용되는 바람에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높은 가중치 탓에 발전회사에서는 산림 바이오에너지를 도입하면 큰 노력 없이 온실가스 저감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발전사들은 비싼 가격에도 목재 펠릿이나 목재 칩을 구매해 연료로 사용한다.
활용 가능한 원목까지 태워
산림청 규정도 일정한 규격을 충족하는 원목을 미이용으로 분류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산 바이오매스용 목재 이용량 105만㎥ 중 46%인 49만㎥가 원목으로 집계됐다.
특히 허가받은 벌채량 중에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로 수집한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경우가 평균 62%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이 가운데 3분의 2는 벌목 목재를 100% 바이오매스로 사용했다.
발전소에 투입되는 산림 바이오매스의 27%는 산지 개발에서 나온 목재인데, 개발로 산지가 사라지면 재조림할 수가 없고, 탄소 흡수도 일어나지 않는다.
수입 산림 바이오매스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내 목재 펠릿 이용량의 84%에 달하는 수입산 펠릿의 생산은 대한민국의 법망 밖에서 이루어지는데, 현지 법의 불법 벌채 정의와 규제 의지나 집행력에 따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업도 제재받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산림 바이오매스 확대 정책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며 보고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2020년 대비 6배 확대하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은 확대를 바라지 않는 에너지 주무 부처와도 배치된다.
"가중치 폐지하고 산림 복원을"
보고서는 "국내외 산림 건강에 악영향이 없도록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원료만 제한된 규모로 활용돼야 한다"면서 "대형 발전소에서의 연소를 부추기는 현행 REC 가중치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점이 많은 원목(원료재급) 외에는 바이오매스 연료화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될 때만 예외적으로 펠릿ㆍ칩화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REC 가중치는 내년 제4차 REC 가중치 정기 개편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신규 설비의 경우 가중치를 모두 폐지하고, 기존 시설에도 가중치 일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당국이 지속가능성을 확인·보장하기 어렵고, 수송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수입산 바이오매스는 단계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REC 가중치도 없애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윤미향 의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산림 바이오매스가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임이 확인됐다"면서 "산림 훼손을 전제로 한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아닌 산림 복원을 통한 탄소흡수원 확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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