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한 쪽은 치명타, 양당 강서구청장 선거에 다 걸었다

곽우신 2023. 10. 1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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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윤석열 대 이재명 대리전 양상... 결과에 따른 경우의 수 '세 가지'

[곽우신 기자]

▲ 사전투표 마지막 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7일 서울 강서구 등촌제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디-데이(D-day)가 밝았다. 기초자치단체장 1명을 다시 뽑는 미니 선거지만 결과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22대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어느 쪽이든 패한 쪽은 치명상을 입게 돼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섰다. 여당은 나경원·안철수 등 대선주자급 중진들을 대거 끌어 모으며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단식 후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지팡이를 짚고 유세차량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유권자도 반응했다. 지난 6~7일 진행된 사전투표율(22.64%)은 역대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총선 전초전이자, 윤석열 정부에 대한 첫 수도권 민심 평가가 될 보궐선거.그 결과에 따라 발생할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경우의 수①] 진땀승 혹은 5%p 이내 석패? 여권 후폭풍 크지 않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역 네거리에서 열린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총력지원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규 사무총장, 김 대표, 김태우 후보, 윤재옥 원내대표.
ⓒ 권우성
 
사실 이번 선거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구청장 직 상실로 발생한 만큼 여당 내에서 무공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 후보를 대법원 유죄확정 3개월 만에 특별사면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 후보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시사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이변 없이 승리했고, 당이 적극 그를 뒷받침하면서 판을 키웠다. 이번 보궐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후보를 공천했다는 논란을 빼더라도 이른바 '윤심 후보'가 등판하면서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크게 키운 셈이다. 

그런데 여러 지표는 국민의힘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윤석열 마케팅'이 먹히기 힘든 구도다. 여론조사업체마다 결과는 다르지만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확연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을 "애교로 봐달라"는 김 후보의 선거운동 첫날 발언이 민심을 흔들었다. 이 때문에 김 후보는 지난 6일 당선되면 급여를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강서구가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했던 지역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수'다. 강서구 갑·을·병 세 지역구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2010년 이후 세 번 연달아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당선했다. 이 때문에 여당 지도부는 국정감사 시작일인 10일 오후에도 강서구를 찾아 김 후보를 '대통령과 핫라인을 가진 일꾼'으로 치켜세우면서 지역발전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저희가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었는데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굉장히 일꾼론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호응도가 높다는 것은 직접 다니면서 몸으로 많이 느꼈다"며 "충분히 승부가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은 선거결과에 따른 충격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번 보궐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최대한 축소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본격적인 선거전 이전부터 여러 차례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은 강서구를 "실질적으로는 오랫동안 민주당이 독주했던 지역"으로 규정하며 "(보궐선거 결과를) 총선의 바로미터로 바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보궐선거 선대위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패할 경우 가장 충격이 적을 결과는 5%p 이내 석패다. 김태우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51.30%(13만2121표)로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제친 바 있다. 당시 득표율 격차는 2.61%p(6713표)에 불과했다. 5%p 이내 격차에서 승부가 갈린다면, 여당 입장에서는 '어려운 구도에서 분전했다'라고 자평할 만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선거에서 2~3%p 정도의 격차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었던 '한 끗 차 결과"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금의 당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그 후폭풍 역시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당장 김기현 대표의 대안도 마땅하지 않다"라며 당 지도 체제 유지에 무게를 뒀다. 

[경우의 수②] 여당의 압도적 패배? 조기 선대위냐 친정 체제 강화냐

하지만 두 자릿수 이상 격차의 패배는 상황이 다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는 18%p차 패배를 예견한 바 있다. 과거 총선에서 강서 갑·을·병 지역구의 양당 득표 결과를 합산해 추정한 수치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사이비 평론" "'인디언 기우제' 평론"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두 후보 간 격차가 두 자릿수로 나온 여론조사도 일부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당장 현 지도부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의 의중이 있었다고는 하나 결국 원칙을 깨고 선거를 치르기로 한 것도, 결과가 예상되는 경선을 통해 김태우 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것도, 연휴 기간 내내 당력을 총동원해 판을 키운 것도 김기현 지도부인 탓이다. 무엇보다 그간 '수도권 위기론'과의 거리를 지도부가 둬 왔던 만큼, 당내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원래대로라면 김기현 대표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고,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오는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었다. 한동훈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구상"이라며 "그러나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훈 장관에게 상처가 생기면서 이 시나리오는 어려워졌다"라고 짚었다. "비대위 전환보다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을 높게 본 것.

엄경영 소장은 "당장 국정감사와 현안이 있으니 시차를 두고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고,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면서 이후 조기 선대위를 띄울 수 있다"면서 "그 사이에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고, 한동훈 장관이 선대위에 합류하는 그림도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대대적인 당 개편을 예상했다. 특히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역시 자진 사퇴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용산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대통령실부터 당까지 새롭게 일신하고 총선까지 새 기조를 잡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라며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김 대표에 대한 용산의 그립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김기현 대표가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용산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용산과 김기현 지도부가 더욱 밀착하는 방향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경우의 수③] 민주당 패배? 이재명 리더십 다시 치명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단식 후 회복을 위해 입원중이던 녹색병원에서 퇴원한 뒤 자택으로 가기 전 서울 강서구 발산역앞 광장에서 열린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의 패배가 예측되는 선거라는 것은, 반대로 민주당에게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라는 뜻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보궐선거까지 3연패인 셈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후 다시 강화됐던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에도 금이 가게 된다. 

윤태곤 실장은 "패배의 후폭풍은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에 더 클 것"이라며 "어쨌든 여당은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있기 때문에 당내 갈등이 생기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제어가 가능하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범친문'이 당을 잡고 있기 때문에 당내 혼란이 크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반면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다시 크게 불거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 

장성철 소장 또한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처럼 좋은 여건에서도 지게 된다면, '이재명 얼굴로 총선 치를 수 있겠느냐?'라는 의원들의 의구심이 바로 고개를 들 것"이라며 "구속영장 기각 후 회복했던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다시 치명타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봤다.

강서구민들의 선택에 따라, 강서구청장만이 아니라 양당을 둘러싼 총선 구도와 이후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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