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국채금리 하락에 일제히 상승…유가는 내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강보합 마감했다. 전날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4.65포인트(0.40%) 오른 3만3739.3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2.58포인트(0.52%) 높은 4358.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8.61포인트(0.58%) 상승한 1만3562.84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 S&P500에서 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상승했다. 유틸리티, 소재, 임의소비재, 필수소비재 관련주는 1%이상 올랐다. 펩시코는 예상보다 나은 분기 실적으로 공개하고 향후 가이던스를 상향하면서 전장 대비 1.88% 오름세를 보였다. 전기차업체 리비안은 UBS가 투자의견을 상향하면서 5%가까이 뛰었다. 팔란티르 테크놀로지는 미 육군과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1%대 상승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전날 급락했던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주는 반등했다. 반면 전날 오름세를 보였던 주요 에너지 관련주들은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이날 국채금리 및 유가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이·팔 전쟁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평가하고자 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사망자는 분쟁 발발 나흘만에 1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설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순전한 악(Sheer Evil)"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이날 국채 가격은 뛰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4.65%선까지 내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95%선으로 떨어졌다. 국채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강보합을 나타냈다.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잔 수석투자전략가는 CNBC에 "국채 금리 하락이 증시를 전반적으로 지지했다"면서 "지난 몇주간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정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는 희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Fed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평가되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Fed의 대응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상 밖의 새로운 일"이라며 "모두에게 시장과 파트너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최근 공개 발언들을 고려할 때, 이는 지나친 긴축이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음을 우려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비둘기적 발언은 전날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의 발언과 맞물려 이날 증시를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야데니 리서치는 이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중동에서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2024년 말 이전 침체 가능성이 기존 25%에서 30%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전쟁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까지 확전될 경우, 여파는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야데니 리서치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강화하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고,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랭샤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경제적 평가를 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도 "에너지 공급 쇼크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이는 유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성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를 통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3.0%, 내년 2.9%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지난 7월 예측치인 3.0%보다 0.1%포인트 하향조정됐다.
이번 주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경제지표, Fed 당국자들의 발언 등도 예정돼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12일 발표되는 9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6%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직전월 상승률(0.6%, 3.7%)보다는 둔화한 수준이다. 이에 앞서 공개되는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완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일에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시장에서는 11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6%이상 반영 중이다.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13%대에 그쳤다. 올해 남은 FOMC는 11월, 12월 등 두 차례다.
이와 함께 이번 주부터는 JP모건, 웰스파고, 블랙록 등 대형은행을 필두로 뉴욕증시 상장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본격화된다. 이날 펩시코에 이어 델타항공, 도미노피자, 월그린스 등도 이번 주중 실적을 공개한다. 기업 실적이 강세를 보일 경우 증시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1센트(0.47%) 하락한 배럴당 85.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 리스크를 평가하면서 현재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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