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기부했던 그의 손엔 '2만원 시계'…DFS 창립자 떠났다
전 재산 80억달러(약 10조8000억원)를 사회에 환원한 미국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가 지난 9일(현지시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BBC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면세점 DFS의 공동 창립자인 피니가 전날 샌프란시스코에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부였던 피니는 노후 생활을 위해 단 200만 달러(약 27억원)와 5명 자녀에게 남긴 일부 유산을 제외하고 모두 기부했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수년간 샌프란시스코의 방 두 칸짜리 소형 아파트를 임대해 부인과 함께 노년을 보냈다고 한다.
피니는 2020년까지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를 통해 대학이나 병원, 미술관 등에 재산을 기부했다. 이 과정에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이나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돈을 좇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리는 것이 싫어 내린 조치였다. 재산 전액 기부를 마무리한 뒤엔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피니가 8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생전에 전부 기부한 것은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지극히 희귀한 경우”라고 평했다.
피니의 검소한 생활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그가 창립한 면세점 DFS는 공항 등에서 각종 명품을 판매하면서 매출을 올렸지만 정작 피니 자신은 손목시계에 15달러(약 2만원) 이상을 쓰지 않았다. 부의 상징인 호화 요트도 구입하지 않았으며 출장 시에는 이코노미석을 사용했다. 집이나 자동차는 수십년간 소유하지 않았고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를 주로 이용했다.
골프장 아르바이트부터 IT 투자까지
막대한 부를 쌓은 성공한 기업가이지만 원래부터 부유했던 것은 아니었다. 1931년 미국 뉴저지주(州)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난 피니는 어릴 때부터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1948년 고등학교 졸업 후 공군에 자원입대한 뒤 전역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아 코넬대에 입학했으며 캠퍼스에서는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동료 학생들에게 팔았다.
이후 파리 소르본대 강좌 수강을 위해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국 해군에 면세 주류와 향수 등을 팔면서 면세업계에 뛰어들었다. 1950년대 미국인들의 유럽 관광 증가와 일본인들의 하와이 관광이 늘어나면서 사업도 크게 번창했다. 피니는 또 IT 업체가 성장하는 시기, 성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부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피니는 1982년 자선재단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그의 행보를 두고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나의) 엄청난 롤모델이자 살아있는 동안 베푸는 최고의 사례”라고 평가했고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모든 이의 영웅이 돼야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애틀랜틱 필랜스로피는 피니가 생전에 “내 마음속에 결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바로 부(富)는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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