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가야고분군의 비밀
고구려·백제·신라 등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500년 이상 병존하면서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유지했던 나라가 있다. 바로 1~6세기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고대문명 ‘가야’다.
하지만 가야는 삼국과 달리 남아 있는 문헌 기록이 거의 없어 ‘잊힌 왕국’으로 불린다. 그렇게 우리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했던 가야는 1970년대부터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경북 경주의 대형 고분과 비슷한 가야의 옛 무덤이 수십 혹은 수 백개씩 발견되면서다.
고고학자들은 가야고분군이 한반도의 ‘잃어버린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라고 말한다. 연맹체를 유지했던 가야의 각 정치체는 수백 년에 걸쳐 크고 작은 고분군을 조성했는데 이들 고분군의 입지와 경관, 무덤의 변화, 부장 유물을 통해 가야 사회 내부 구조와 기술, 주변국과 관계 등을 엿볼 수 있어서다.
가야 고분군이 최근 한국의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정치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등이다. 전체 유산 구역만 189?에 이른다. 고분군 7개 중 5개는 경남에 있다. 영·호남 지역에 폭넓게 펼쳐져 있는 전체 가야 유산 중 약 70%가 경남에 존재하는 셈이다.
경남은 가야의 역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 중 3~4세기에 가장 큰 세력을 가졌던 나라가 바로 경남 김해에 수도가 있었던 ‘금관가야’다. 이 외에도 영남지역만 보면 대가야(경북 고령), 아라가야(경남 함안), 소가야(경남 고성), 비화가야(경남 창녕), 성산가야(경북 성주) 등이 있었다. 이후 대가야는 5~6세기경 다른 나라 중에 가장 큰 세력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 이어 금관가야(532년)와 대가야(562)마저 신라에 병합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아직 가야 역사를 규명할 수 있는 발굴과 조사는 걸음마 수준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금관가야의 왕궁지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 유적지’에 대한 발굴 조사가 있었지만, 아직 가야시대의 생활 터전이었던 왕궁과 성곽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고분 속에 잠들어 있던 500년의 비밀을 풀어야 유네스코 등재의 참뜻을 되살릴 수 있다.
위성욱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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