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탐’ 선택과목 폐지…수능 공통과목 체제로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수험생이 같은 시험을 치른다. 현재 9등급제인 고교 내신 평가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2025년부터 5등급제로 개편된다.

교육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대학 입시 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번 개편안은 입시의 양축인 수능과 내신 모두 변화가 적지 않다. 현재 중2가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서 대입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의 수능시험은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일지라도 다른 표준점수를 받게 되는 큰 불공정이 있었다”며 “수능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를 끊어내 수능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을 공통과목 위주로 간소화해 모든 학생이 같은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20여 년간 과목 선택권을 계속 확대해 온 수능이 선택의 여지가 사라진 통합형으로 돌아간 이유는 선택의 ‘역설’ 때문이다. 특히 수능 선택권을 더욱 넓힌 2022년도 이후 표준점수가 유리한 이과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 학과에 진학하는 ‘문과 침공’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교육부는 “현재의 수능 선택과목 체계는 학생의 진로에 맞는 선택을 지원하기보다는 점수를 얻기 유리한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어와 수학은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만 치르는 식으로 바뀐다. 국어 공통과목에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이 포함된다. 수학 공통과목은 대수와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이뤄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수능에서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공통과목+확률과 통계’의 범위가 새로운 수능의 공통과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선택과목도 사라지고,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시험을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통합사회·과학은 개별 과목의 지식을 묻는 암기 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사회·과학의 기본·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논리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융합 평가로 개선하되 변별력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 및 의견 수렴을 진행한 후, 올해 안으로 대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11월 20일로 예정된 대국민 공청회에선 누구나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다.

━

수능 출제위원 무작위 추첨…내신 상대평가 유지키로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선 여전히 기존의 9개 과목 중 하나를 골라 응시한다. 교육부는 추가 선택과목으로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심화수학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이 포함되는데,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가 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심화수학의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영옥 기자

고교 내신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한다. 앞서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따라 내신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2021년 2월 교육부는 고교 1학년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5등급(A~E) 절대평가를 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앞선 발표를 번복하고 전 학년에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식을 내놨다.

새 개편안에 따른 내신 등급별 비율은 1등급 10%, 2등급 24%(누적 34%), 3등급 32%(누적 66%), 4등급 24%(누적 90%), 5등급 10%(누적 100%)다. 1등급 비율이 기존 9등급제에서 1·2등급을 합친 비율(11%)과 비슷해졌다. 등급제를 완화하는 데는 학령인구 급감의 영향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3개 고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1등급이 아예 없다.

문제 출제 시스템도 개편한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위원에게 사교육 영리행위자를 배제하고, 무작위 추첨으로 출제진을 결정하는 등 학연·지연 등이 개입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또 출제 이후 5년간 수능과 관련된 사교육 영리행위가 금지된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