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무급 일해도 적자"…서울 지하철 망치는 포퓰리즘 [송시영이 소리내다]

송시영 2023. 10. 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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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기본 요금이 1400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무임 운영제도와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 김주원 기자

‘누적 적자 9000억원 서울시 지하철, 요금 인상 카드 만지작…’ ‘서울시, 이번엔 요금 인상하나?’ ‘누적 적자 1조원, 서울교통공사 직원들 허리띠 졸라맨다…’

매년 초, 선거철, 혹은 기관장이나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지겹게 나오는 서울교통공사 관련 기사 제목이다. 기사를 접하는 대다수의 시민은 “공기업이 얼마나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하면 적자가 저렇게 많을까? 도둑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때론 현장에서 직접 승객으로부터 듣기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억울한 심정이다. 시민들의 생각대로 적자의 문제가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일까. 서울 지하철, 아니 전국 모든 지하철의 주된 적자의 원인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서울 중구의 한 지하철역사 내에 도시철도 운임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낮은 요금과 무료 승차가 적자 키워


첫째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요금이다. 2021년 서울 지하철의 손익을 따져 보았을 때 1인당 수송 원가는 2000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승객 한 사람을 수송하는데 드는 비용이 2000원 정도라는 얘기다. 지난 7일 기본요금이 1400원으로 인상됐지만 서울 지하철의 요금은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동안 1250원이었다. 애초 300원 인상 예정이었으나 물가상승 부담 등이 고려됐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 구조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됐으니 누적된 적자는 눈덩이만큼 클 수밖에 없다.

둘째 지하철 무임 운영제도다. 무임권은 1980년대 중앙 정부에서 제정한 만 65세 이상 노인, 혹은 장애인으로 지정된 승객에게 운임을 받지 않는 제도다. 그러면 대부분의 국민은 ‘국가에서 정한 법령이니 국가에서 지원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막 만 65세가 된 내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법으로 정하고 도시철도 회사가 이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런 상황이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인구의 심각한 고령화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무임 운영제도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위해 연초 대한노인회와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은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진행했다. 대한노인회는 지하철 적자의 원인은 삼성전자급 직원들의 높은 평균 연봉이고 방만한 지하철 경영이라고 주장했다. 또 어차피 달려야 하는 지하철에 노인이 더 탄다고 해서 공사에 손해가 생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한노인회에서 주장한 연봉은 30년을 다녀야 받는 직원들의 연봉이고, 삼성전자급 연봉도 아니다. 필자와 같은 하급 직원들은 월 200만원 남짓한 금액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통공사 전 직원이 무일푼으로 월급을 받아도 적자는 전혀 해결이 되지 않는다. 또 어차피 다니는 지하철에 노인이 더 탄다고 해서 문제가 되냐는 논리도 수긍하기 어렵다. 아파트가 미분양돼 공실이 났다고 해서 무상으로 입주해 들어가 산다면 건설사는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말과 비슷하게 여겨진다. 결국 토론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법으로 지정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으로 모아져 종료되었다.

노인들이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세상에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공짜는 없다


거리를 걷다가 보는 의원들의 현수막에는 ‘서울 지하철 O호선 연장,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무상 교통복지 시민들의 권리입니다’ ‘1000만 시민들의 교통 이용 권리, 언제나 이용할 수 있게 지하철 연장 운행 검토하겠습니다’ 라는 글들이 적혀 있다. 일반 시민이 보기에 흡족한 표현들이다. 하지만 우리 공사의 임직원들 대부분은 ‘의원 본인들이 돈 줄 것도 아니면서 마치 권한인 것처럼 말한다’고 생각한다. 무상 교통, 실익 없는 연장 운행 모두 선거철을 의식하여 책임 안 지는 정치권의 허황된 포퓰리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약속하는 말에 손해액은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도 포함되었으면 한다.

정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지나치게 싼 운임 요금, 무상 교통이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실제로 존재할까. 상식적으로 버스보다 훨씬 더 큰 운영비와 유지보수 금액이 드는 지하철을 1500원도 안 되는 금액, 혹은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 손해를 감당하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자가 지속되면 관할 상급 기관은 채권(공사채)을 발행해 주는 대신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직원들의 구조조정 및 노동 환경 후퇴를 요구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지만 처우와 복지는 바닥을 찍으니 불만이고, 서울시나 정부는 적자가 심하니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를 강요한다. 이로 인해 노사 및 노정 관계가 악화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도 상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줄이고 줄여도 감당이 안 되는 적자의 일부는 발행된 채권을 메우기 위해 지방 자치단체가 소량 지원한다. 결국 지나치게 저렴한 운임 요금의 부작용은 돌고 돌아 시민 모두의 부담이 된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본사. 뉴스1


경영진·노조 잘못 반성과 개선 필요


서울 지하철 적자의 주된 원인은 외부 요인이 맞지만 우리 공사 내부에도 분명 일부 잘못된 것들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불공정한 무기계약직의 공사 일반직 편입은 직원들 간 갈등은 물론 조직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인건비를 급등시켰다. 직원 개인들의 급여는 오히려 줄고 있는데 공사 전체로만 보면 인건비는 엄청나게 급등했으니 기존 직원들의 처우가 나빠짐은 물론 가뜩이나 없는 현장 인력은 더 줄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개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최근 불거진 일부 노동조합 간부들의 근무 이탈 사례도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일할 인력이 없다며 쟁의행위를 하면서도 정작 노조 간부들은 근무지에 나오지 않았다. 근로시간면제 제도(타임오프)는 각 공사와 공사에 속한 노조에 부여된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타임오프 제도를 준수하지도, 회사에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공사에서 주는 급여를 모두 지급받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부끄러운 사례를 우리 공사 임직원 모두가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도 신뢰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세계 최고의 지하철 공기업이다. 교통공사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직원, 시민, 정치권 모두가 상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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