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쇼크에 중동 불안까지…Fed, 긴축 고삐 늦추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일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준금리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은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인한 금융 여건의 긴축 상황을 인식하고 또한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평가하는 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장기 국채금리가 5%선 안팎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그리는 만큼 기준금리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높여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인데,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FOMC 이후 0.4%포인트 상승해 4.8%선 안팎을 오가고 있다.
이날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최근 채권시장의 긴축이 금리 인상 1회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BNP파리바의 옐레나 슐리예체바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일부 매파를 포함한 대다수 Fed 인사들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신중한 입장에 동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Fed 참여자들의 비둘기파적인 발언 영향으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Fed와 시장이 국채금리 추이에 주목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인 전쟁은 새로운 변수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물가 억제를 위한 전 세계적인 긴축 강화에 이어 국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이 많은 한국 경제에는 먹구름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당장 중동 불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10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6.15(0.26%) 내려 2402.58에 마감했다. Fed 인사들의 발언 영향 등으로 장 초반 1% 넘게 상승했지만,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지수는 21.39포인트(2.62%) 떨어져 79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가 800선 밑으로 내려온 건 7개월여 만이다.
Fed가 금리 인상의 고삐를 늦춘다고 해도 고금리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A) 금리는 지난 4일 연 4.795%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은 이후에도 연 4.6~4.7%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 고정금리 상품의 지표 역할을 하는 이 금리는 지난 5월에 연 3%대 수준이었는데 6월 이후 연 4%를 넘기며 상승 추세를 그렸다. 이달 들어선 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선호 시그널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한때 연 4.8%를 넘긴 영향으로 국내 금리의 상승 곡선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할 경우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시장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빚 관리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효정·하남현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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