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1년간 ‘지구 두 바퀴’…그래도 돌리는 클린스만
“한 수 아래인 튀니지·베트남과의 평가전을 위해 꼭 에이스 손흥민을 불러야 하나.”
“무슨 소리.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손흥민을 중심으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31·토트넘)이 지난 9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 센터에 입촌했다. 그는 13일 튀니지(서울), 17일 베트남(수원)과의 평가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A매치를 앞두고 유럽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을 차출한 것과 관련해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선다. 한 수 아래 팀들과의 평가전을 위해 그를 꼭 불러들여야 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서 손흥민은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9일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손흥민 혹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클린스만은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손흥민의 A매치 활용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피로도, 몸 상태 등에 따라 훈련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선수라면 매 경기 90분을 뛰고 싶어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손흥민의 A매치 출전 시간을 조절할 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최근 토트넘은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경기당 70분 안팎으로 조절 중이다. 선발 명단에는 포함시키지만, 후반 중반 이후엔 어김없이 교체한다. 올 시즌 손흥민이 겪고 있는 사타구니(서혜부) 부상 악화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타구니 부상은 축구선수들에게는 흔한 현상이다. 슈팅이나 턴, 점프 등 급격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타구니 주변 근육이 긴장해 늘어나거나 찢어지며 통증을 유발한다.
지난 5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전 세계 축구선수 1800명(남자 1500명, 여자 300명)의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손흥민은 총 58경기에 출전해 4900분을 뛰었다. 클럽팀에서 47경기, 대표팀 소속으로 11경기를 각각 소화했다. 경기 당 출전 시간은 84.5분으로, 사실상 매 경기 풀타임을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간 이동거리는 7만7000㎞에 달했다. 1년 동안 지구(둘레 4만75㎞)를 1.92바퀴 돈 셈이다.
■ 또 다시 혹사 논란 … 손흥민의 지난 1년
「 경기 수 58 경기 토트넘 47경기+대표팀 11경기
이동거리 7만7000 ㎞ 지구 1.92바퀴
출전시간 4900 분 경기 당 84.5분
주요 부상
안와골절 카타르월드컵 마스크 투혼
스포츠 탈장 2022~23시즌 종료 직후 수술
기간: 2022년 9월 15일~2023년 9월 15일 자료: FIFro
」
손흥민이 혹사 논란에 휩싸인 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도 비슷했다. FIFro가 발표한 지난 3시즌 합산 자료에서 경기 수(172경기)와 출전 시간(1만3576분), 이동 거리(22만3637㎞)에서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 관계자들은 “부상 방지를 위해 A매치 차출 및 출전 시간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여러 시즌 동안 혹사를 당한 데다 손흥민이 30대에 접어들면서 부상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을 감안한 주장이다.
최근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는 “우리나라(26위)보다 FIFA 랭킹이 낮은 튀니지(29위), 베트남(95위)과의 평가전에는 굳이 손흥민을 부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런데도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 카드’를 좀처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시안컵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한국은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지난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해 달라”는 입장이다. ‘무조건 우승’을 천명한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선 에이스 손흥민을 중심으로 발을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수시로 유럽을 오가는 클린스만 감독인 만큼 손흥민의 몸 상태와 관련해 토트넘 코칭스태프와 충분히 의견을 나누지 않았겠느냐”면서 “손흥민은 대표팀의 필수불가결한 전력이다. 다음 달 2026월드컵 2차 예선과 내년 1월 아시안컵 본선에 100%의 몸 상태로 나설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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