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상자 넷, 노벨상 올해는 달랐다
‘왜 여자가 이기는가’.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9일 발표한 소논문이다. 여성이 남녀 차별을 딛고 두각을 드러낸 역사적 순간 155개를 짚었다. 발표 몇 시간 뒤, 그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됐다. 올해 여성 수상자는 골딘 교수와 나르게스 모하마디(평화상), 커털린 커리코(생리의학상, 공동 수상), 안 륄리에(물리학상, 공동 수상) 등이다. 6개 분야 여성 수상자가 4명인 것은 노벨상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뜻이다.
숫자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평등을 향한 진전이 감지된다. 모하마디 평화상 수상자는 이란의 여성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선정됐고, 골딘 교수는 남녀 고용 불평등 연구 공로로 받았다. 노벨상이 여성 이슈에 귀 기울이는 것은 여성 학자 및 운동가뿐 아니라 여성 이슈 해결을 위한 인류 전체의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호재다.
이런 맥락에서 골딘 교수의 연구 성과가 특히 주목된다. 그는 200년간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남녀 고용 불평등과 임금 차별을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 9일 자에 따르면, 골딘 교수는 수상자 발표 후 “남성이 여성보다 경제학에 더 관심이 많다는 오해가 있지만, 경제학은 사람에 관한 것이자 불평등을 연구하고 여성 노동력을 다루며 경제 발전을 이뤄가자는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언급했는데, 관련 질문에 “한국의 출산율은 0.86(2021년 기준)”이라고 정확히 언급하며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남성과 한국 기업문화는 세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노벨상은 백인 남성 등 사회 주류에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평화상과 문학상을 빼면 여성 수상자 비율이 5%에도 못 미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은 2021년 “성별 및 인종 할당제는 검토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신 수상자 후보 선정 위원회의 여성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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