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완화, 특목·자사고 유리…의대쏠림 더 심해질 수도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대입 제도 개편안이 확정되면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시험을 치르게 된다. 문과생은 현 수능 기준 과학을, 이과생은 사회 시험을 더 치러야 하는 셈이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2027학년도 수험생은 재수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특히 문과생이 새롭게 과학에 진입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응시 과목 증가로 사회·과학탐구 사교육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국가교육위원회가 심화수학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할 경우 이과생의 학습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달라진 수능·내신 체계가 특목·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구분 없이 수학과 과학 시험을 보면서 외고나 국제고생도 의대에 가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내신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특목·자사고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기존 9등급 체제와 비교하면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2등급은 누적 11%에서 34%까지로 확대된다. 내신 상위 등급을 따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중위권 이하에서는 등급 하락의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무조건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면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최근 고려대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논술 전형을 부활시키겠다고 한 것도 내신 부풀리기 문제로 대학이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을 믿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라고 말했다. 입시업계에서는 내신 변별력이 약해지면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는 “대학 관계자와도 논의했지만, 이 정도 개편안이면 내신의 변별력 문제로 입학전형을 크게 건드리지 않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서울대는 (개편안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본고사가 부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내신에서 상대평가가 유지되면서 학생들이 점수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이 대부분 고 1~2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에서 출제됨에 따라 3학년 때 1학년 과목을 복습하는 등의 학사 파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1학년에 배치돼 있지만 수학이나 국어는 2·3학년 때 배우는 과목들도 수능 범위에 많이 포함돼 있다”며 “향후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학교에서 균형을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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