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마포을 출마설…여당 “정청래·안민석에 자객공천을”
부산 해운대갑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한 후 당내에서 자객 공천론이 떠오르고 있다. 다선에다 비교적 대중 인지도가 높은 하 의원인 만큼 야당 강세 지역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일 MBC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4선이 보장된)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로 올 때는 강남 3구가 아닌 험지 출마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서울에서는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사람이 몇몇 있지 않으냐. 정청래(3선·서울 마포을) 의원도 있고, 그런 지역에서 필요하다면 자객공천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과 가까운 이준석 전 대표도 CBS라디오에서 “하 의원도 (저격 공천을) 염두에 두고 수도권 출마를 얘기했을 것”이라며 공천 지역구를 “보수에서 지탄받는 민주당 인사인 정청래 의원, 안민석(5선·경기 오산) 의원 지역구”로 예상했다. 민주당 출신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8월 초 하 의원에게 마포을 출마를 생각해 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을은 국민의힘으로선 당선이 어려운 ‘험지’로 꼽힌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당선(18대)을 마지막으로 19(정청래)·20(손혜원)·21(정청래)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리 세 번 당선했다. 오산 역시 안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민주당 텃밭이다. 정청래·안민석 의원은 야당의 강성 스피커인 터라 여당에선 ‘눈엣가시’로 평가받는다.
여당 입장에서 두 지역은 뺏어야 할 지역구인 동시에 쉽사리 도전하긴 어려운 곳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 곳을 하 의원에게 출마 권유하는 건 “거기에 맞상대할 만한 사람은 하 의원이라고 봤기 때문”(이용호 의원)이다. 이 전 대표도 “하 의원은 능력 있는 파이터 기질이 있다”며 “경기도에 가서도 파이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의 마포을 출마설이 거론되자 정 의원은 “마포을은 험지가 아닌 사지일 것”이라고 반응했다. 그는 KBS 라디오에서 “내가 무슨 안동역이냐.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는다”고 너스레도 놓았다. 이어 “저는 하 의원은 약체라고 생각한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도가 와야 제 의욕이 불타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 의원은 같은 날 BBS 라디오에서 “이왕 할 거면 화끈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명분·흥행·승산 세 가지 요소를 고민해 천천히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물밑에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며 “마포을을 포함해 경기도까지 모두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자신을 ‘약체’로 평가한 것에 대해선 “저하고의 싸움은 피하고 싶다는 걸 우회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고 맞받았다.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선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놓고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판단”(김병민 최고위원),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홍준표 대구시장)이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 ‘중진의원 험지 출마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연말께 제2, 제3의 하 의원 같은 중진들의 헌신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리라 기대한다”며 연일 압박 발언을 이어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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