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셀트리온에 코로나 R&D 예산 522억 몰아줬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셀트리온 등 제약사에 약 830억원을 지원한 뒤, 막상 연구 성과 평가에는 손을 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3년간 과기부 혁신본부가 복지부에 배정한 R&D 예산은 1686억원이었다. 복지부는 이 중 절반인 832억2000만원을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개발에 지원했다. 특히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522억원의 국비지원금을 받았다. 당시 복지부 ‘코로나19 신약개발 사업단’이 과제별로 총 10개 제약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는데, 지원금의 62.7%가 셀트리온에 집중된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참여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간담회’를 열고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치료제는 올해 안에 생산을, 백신은 내년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흘 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인천 셀트리온 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서 회장으로부터 개발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서 회장은 그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연말 치료제 개발이 마무리되면 은퇴하겠다”고도 했다.
정작 2021년 2월 셀트리온이 발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식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코로나 변이에 효과가 떨어져 시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혜숙 당시 과기부 장관도 2021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언제 되냐”는 질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1년 만에 방역 당국이 의료기관에 렉키로나주 신규 공급을 중단하면서 국산 치료제 개발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별다른 효과가 없었는데도 정부의 셀트리온 연구 성과 평가는 다른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사업단이 복지부에 제출한 2021년 1~9월 진행된 셀트리온의 치료제 임상연구 최종평가는 ‘우수’였다. ‘우수’ ‘보통’ ‘미흡’ ‘극히불량’ 4단계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같은 치료제 개발로 국비를 지원받은 대웅제약과 녹십자는 각각 ‘미흡’과 ‘보통’을 받았다.
사업단은 2021년 7월~2022년 5월 진행된 셀트리온의 비임상 연구에도 ‘보통’을 줬다. 같은 평가에서 한미약품·압타머사이언스는 모두 ‘미흡’이었다. 복지부는 “사업단에서 자체 평가하는 것이라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예산을 준 과기부는 아예 2020년 4월 이후 바이오의료기술사업 성과 평가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김영식 의원은 “셀트리온이 국비를 지원받아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상한가를 경신했고, 서 회장 보유 주식 가치도 3조8000억원 증가했다”며 “전형적인 R&D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D 예산 평가방식을 개편하고, R&D 예산을 사적으로 이용한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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