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놀랐다, 처음 던져봤다"는 박영현의 그 공, 가을에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스스로 놀랄 만큼 멋진 투구였다. 가을 무대서 한 번 더 재현하려 한다.
KT 위즈 우완 구원투수 박영현은 올해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승선했다. 지난 8일 폐막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녀왔다. 야구 대표팀은 대회 4연패를 이뤄냈다. 선수단 모두 고대하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박영현의 공도 컸다. 총 4경기 5⅓이닝서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선보였다.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자랑했다. 강속구가 위력적이었다. 최고 구속 시속 155~156㎞를 찍었다. 던지는 순간 공이 쭉 뻗어 나가며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대 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한 비결이다.
조별리그 B조 1차전 홍콩전(8회 10-0 콜드게임승)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12개)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2차전 대만전(0-4 패)서는 위기 상황에 등판해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12개)으로 불을 껐다.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전(2-0 승)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1-0으로 앞선 8회초 등판했다. 2-0으로 승리를 눈앞에 둔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21개)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대만과의 결승전(2-0 승)서는 2-0으로 리드하던 8회 등판해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투구 수 17개)으로 세이브를 쌓았다.
소속팀으로 금의환향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영현에게 "축하한다. 앞날이 밝다. 야구 더 잘해라"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당연히 잘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부담감이 큰 대회에서 자기 공을 던지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정말 좋은 선수"라며 "원래 멘털이 무척 좋다. 대단하더라"고 극찬했다.
박영현은 "돌아오니 다들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안아주셔서 좋았다. 계속 웃고 있었더니 형들이 '이야~표정 좋네'라고 하더라"며 "군대 안 다녀온 형들을 조금 놀렸다. (김)영현이 형에게는 경례도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새로운 느낌이다.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기분이 든다"며 "무척 행복한 경험을 했고 좋은 추억이 됐다. 압박감 속에서 이뤄낸 결과라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투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박영현은 "나도 내 공에 놀랐다. 이런 공, 구속이 나올 수 있구나 싶었다"며 "태어나서 그런 공은 처음 던져봤다. (KT) 선배들이 여기(소속팀)서 그 공 안 던지면 혼난다고 하더라. 감독님, 형들이 '넌 유니폼에 KT 말고 KOREA 달고 던져라'고 했다"고 웃으며 운을 띄웠다.
이어 "대표팀에 뽑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책임감 있게 던지려 했다"며 "모든 선수가 이기는 데 집중했다. 상대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전을 돌아봤다. 박영현은 "많이 떨렸다. 한 이닝(8회)을 잘 막고 들어온 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이닝(9회) 더 가자는 말을 들었다"며 "(9회) 실책, 안타가 겹쳐 고난이 있었지만 잘 막아서 뿌듯했다"고 미소 지었다.
결승전 9회말에는 마음을 졸였다. 마무리투수 고우석(LG)이 등판해 1사 1, 2루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병살타로 경기를 끝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박영현은 "(원)태인(삼성)이 형과 계속 두 손을 잡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그랬던 것 같다"며 "경기 종료 후 군대에 다녀온 형들이 더 안도하고 더 많이 울었다. 거기서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그는 "누가 울었는지는 비밀이다. (고)우석이 형은 방송을 통해 알려졌지만 다른 형들도 많이 울었다. 거의 다 눈물을 흘린 것 같다"며 "나는 그땐 울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 '진짜 됐다'는 생각에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2003년생 동기들이 모두 승리에 앞장섰다. 투수 문동주(한화)와 최지민(KIA), 외야수 윤동희(롯데) 등이다. 박영현은 "동기들과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았다. 모두 친구여서 시너지 효과가 더 컸다"며 "(윤)동희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항저우에선 룸메이트로 지냈다. 올해 포스트시즌 끝나고 훈련소에도 같이 가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향후 주요 국제대회에서 필승조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영현은 "누구나 그런 꿈을 꾼다. 하지만 (대표팀에) 갈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한다"며 "나도 올해로 끝이 아니다. 내년도 잘 준비해야 한다.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표했던 바를 하나씩 이루고 있다. 아직 정복해야 할 고지가 남아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KT는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박영현은 지난해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우승의 영광을 함께하지 못했다. KT는 지난 10일까지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박영현은 "포스트시즌에도 무조건 아시안게임과 같은 공을 던지겠다. 팀 우승도 정말 중요하다. 우승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며 "지난 시즌 분위기를 경험해본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박영현은 지난해 정규시즌 52경기 51⅔이닝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올렸다. 포스트시즌에는 4경기 4⅔이닝서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빚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에 이어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지켜냈다. 만 19세6일의 나이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박영현은 "우승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팔 상태도 무척 좋다. 기대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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