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둔 새 아파트에 A급 매물이 떴다···‘청약의 벽’에 지쳤다면 보류지 어떨까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10.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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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재개발·재건축에 투자한다고 하면 크게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하거나 일반분양에 청약 넣는 방법 두 가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투자에도 틈새시장이 있다. 조합원 입주권이나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제약이 적은 보류지(임의분양) 물량을 노려보는 방식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을 재건축해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원베일리’. (윤관식 기자)
보류지는 정비사업을 통해 분양한 사업지에서 착오로 조합원 물량이 누락되는 경우 등을 위해 가구 중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을 말한다. 통상 전체 가구 수의 1%가량을 보류지로 남겨놓을 수 있고 이는 조합 의무 사항이다.

조합은 일반분양에 앞서 보통 10~20가구 정도를 보류지 물량으로 빼놓는다. 물론 보류지를 30가구를 넘겨 설정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청약 형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때 분양가를 조합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30가구 미만일 때만 조합이 임의로 분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단지 재건축 조합들이 30가구 이상 보류지를 설정하기보다는 29가구를 최대치로 정하는 이유다.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조합은 일반분양과는 별개로 보류지를 분양한다. 통상 입주 시점을 1~2개월 정도 앞두고 보류지 매각이 이뤄지는데 조합에 따라 보류지 매각 시점은 제각각이다. 매각에 앞서 조합은 정식으로 매각 공고를 낸다. 입찰기준가(최저입찰가)는 실거래가를 감안해 조합 재량으로 결정된다.

보류지 매각은 청약통장을 이용해 분양받는 일반분양과 다르다. 가점제나 추첨제가 아닌 경쟁 입찰을 통해 최고가 입찰자가 낙찰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추첨을 하는 경우는 2명 이상이 입찰했을 때, 최고가액이 동일할 때뿐이다. 입찰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는 법원 경매와 달리 보류지 경쟁 입찰 때는 통상 1000만~2000만원가량을 보증금으로 낸다.

보증 금액이 조합 재량으로 정해지는 만큼 단지마다 천차만별이다. 최근 매각을 진행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보류지의 경우 입찰기준가액의 10%로 정했다. 전용 84㎡ 보류지 입찰기준가가 39억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억950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같은 달 매각을 진행한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 84㎡ 보류지는 입찰기준가가 16억5000만원이었는데도 입찰보증금은 500만원으로 적게 책정됐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이 올린 보류지 매각 공고.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제공)
보류지는 왜 낙찰받을까?

청약통장 없이 누구나 입찰 가능

정리하면 보류지는 만약을 대비해 빼놨던 물량을 나중에 경매로 파는 것을 말한다.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과거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내에서도 조합장, 감사 등 이사진이 아니면 보류지를 잘 모르는 조합원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이 보류지를 찾는 수요자가 꽤 많아졌다.

언뜻 들으면 번거로워 보이는 보류지에도 매력이 있다.

첫째, 우선 보류지 매각에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누구나 입찰할 수 있다. 사업지 조합원일 필요도 없고 청약가점을 넉넉히 보유하지 않았거나 다주택자여도 상관없다. 일반 아파트 경매에서는 골칫거리인 명도 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애초 보류지는 조합원 물량 중 일부를 빼놓은 것이기 때문에 층·향이 좋은 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또 발코니 무상 확장이나 고급 마감재 적용 등 조합원 가구에만 적용되는 서비스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또한 조합원 분양이나 일반분양과 달리 추첨을 거치지 않고 마음에 드는 평형·동·호수를 지정해 입찰할 수 있다.

보류지 매각 최저가는 정비사업 과정 중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에 정해진다. 반면 통상 보류지 매각이 진행되는 건 입주 시기가 임박했을 때다. 보류지에 입찰하는 시점에 어느 정도 아파트 시세와 웃돈 예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조합이 쉬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합은 보류지 입찰 공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서울 클린업시스템과 지역 신문지 한 곳에만 슬그머니 공고를 내고, 가까운 지인에게만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다. 의무에 따라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면 나머지는 조합 재량이지 불법은 아니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거나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에 시세보다 비싸게 나온 보류지는 찬밥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는 지난 9월 보류지 27가구 매각에 나섰다가 완판에 실패했다. 첫 입찰에서 단 3가구만 주인을 찾았다. 래미안원베일리 보류지 가격은 전용면적 기준 3.3㎡당 1억1500만~1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전용 84㎡ 보류지 입찰기준가는 39억5000만~41억원. 같은 면적 최고가는 지난 7월 15일 거래된 입주권(45억9000만원·13층)인데 이후 8월에는 37억~38억원 사이에서 사고 팔린 점을 감안하면 굳이 무리해서 보류지 물량을 확보할 요인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이유로 조합이 보류지를 처분하는 시점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 기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르엘’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보류지 매각 공고를 4차례나 냈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유찰이 이어졌다. 결국 당초 입찰가보다 4억~5억원 이상 낮추는 등 다섯 차례 공고 끝에 보류지를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조합원 요구로 보류지를 할인해 내놓는 단지도 있다. 양천구에 ‘신목동파라곤’을 짓는 신월4구역 재건축 조합은 첫 매각 공고 당시 9억5000만원이었던 전용 84㎡ 보류지가 유찰되자 지난 2월 가격을 5000만원 낮춰 다시 매각 공고를 냈다. 같은 달 9억원에 나온 전용 79㎡ 보류지는 또 유찰돼, 이후 세 번째 매각 입찰에선 8억8000만원에 나왔다.

보류지 투자에 도전해볼 생각이라면 몇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보류지 매각은 일반적으로 입주 시점에 임박해 진행된다. 입찰 보증금은 통상 1000만~2000만원이지만 한번 낙찰받으면 곧장 낙찰가(보류지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야 하고 짧은 시일 안에 아파트 중도금(30~40%가량)과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자금 마련 기간이 넉넉한 청약과 달리 보류지 매각 투자는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보류지는 타입별 당첨자를 먼저 가려 동·호수를 배정하는 청약과 달리 동·호수를 지정해 그 매물에만 입찰하는 방식이다. 이미 공사가 대부분 진행된 시점에 매각을 진행하는 만큼 발코니 등 옵션 변경이 불가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알짜 보류지를 구하려면 발품을 파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류지 특성상 알짜 매물일수록 신문에서 매각 공고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조합 사무실에 연락해도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관심 있는 단지 몇 곳을 정한 뒤 입주 시점 몇 개월 전부터 서울시 ‘정보사업 정보몽땅’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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