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도주 후보였는데…로봇주 부활은 언제나
9월 들어 로봇주가 2차전지를 이을 증시 주도주로 급부상하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가 로봇 산업 육성 의지를 밝힌 데 이어 대기업들이 줄줄이 로봇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다. 여기에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은 두산로보틱스가 흥행에 성공하며 로봇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여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추석 연휴 직전부터 단기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등장하며 로봇주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설상가상 거시경제 환경까지 급격히 악화되며 추석 직후 로봇주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연 4.8%까지 치솟으며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지난 9월과 같은 로봇주 전반의 강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로봇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실적 기대치를 실현할 기업에 선별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美 장기채 금리 급등에 주가 ‘털썩’
9월 중순까지 로봇주 주가는 초강세를 보였다. 로봇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9월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장중 24만20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 외 유진로봇, 현대오토에버, 대동기어, 아진엑스텍, 알에스오토메이션, 딥노이드, 대양금속, 이랜시스 등 로봇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9월에 일제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대기업들이 로봇 투자를 확대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8월 31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삼성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단체급식 로봇 자동화 솔루션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화도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화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는 지난 10월 4일 공식 출범했다. 한화모멘텀 자동화(FA) 사업부 중 협동 로봇, 무인 운반차(AGV)·자율 이동 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신설한 법인이다. 지난 8월 말 한화로보틱스 출범이 공식화되자 한화가 중점을 둔 음식 자동화(푸드테크) 로봇을 만드는 뉴로메카 주가는 하루 만에 19% 급등했다.
포스코도 제철소 임무 수행을 위한 로봇 개발에 나섰다. 지난 9월 1일 포스코 공정연구소는 농기계 생산 기업 대동과 MOU를 체결하고, 제철소 낙광·폐기물 제거를 위한 임무 로봇을 개발키로 했다. 대동은 지난 1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함께 로봇 기술 연구와 상품 개발을 위한 로보틱스센터를 개소하는 등 올 들어 로봇 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와 협업 소식이 전해지며 대동 주가는 이틀간 50% 급등했다. 대동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동기어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5% 오르는 등 동반 강세를 보였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로봇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국가 첨단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로봇을 6대 육성 분야에 포함했다. 로봇을 비롯해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미래차 분야에 오는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이뿐 아니라 각종 규제 완화와 관련 법령·제도 정비로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각종 호재로 로봇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던 흐름에서 진행된 두산로보틱스의 IPO는 로봇 테마를 향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9월 11~1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6조원의 기관 자금을 끌어모은 두산로보틱스는 9월 21일 공모주 청약 시작 2시간 만에 1조8000억원의 개인 자금을 흡수하는 등 투자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7개 증권사를 통해 모인 청약 증거금은 33조원으로 올해 IPO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현하며 추석 연휴 직전 로봇주 주가는 줄줄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연휴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거시경제 환경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4일까지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22% 내렸다. 9월에 신고가를 기록한 딥노이드(-30%), 아진엑스텍(-21%), 알에스오토메이션(-15%), 뉴로메카(-8%) 등도 같은 기간 주가가 급락했다.
지금 같은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이 이어진다면 로봇주가 증시 주도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은 “두산로보틱스 공모주 청약 전후로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했다”며 “연휴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8%까지 치솟은 데다 7%대 금리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성장주가 증시를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두산로보틱스 상장이라는 이벤트 소멸 후 로봇주 주가는 당분간 쉬어 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 실현 가능한 분야에 투자하라
로봇주에 대한 기대는 한풀 꺾였지만 로봇 산업의 구조적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로봇주 약세는 9월 초 지나치게 쏠렸던 수급의 정상화와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성장주의 부진일 뿐이라는 진단이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로봇은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노동자의 퀄리티·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올해 390억달러(약 5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30년 1600억달러(약 21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가 7년 사이 4배 이상 성장한다는 예측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 역시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부터 연평균 14% 성장해 2025년에는 730억달러(약 97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재 로봇주 주가가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형성된 만큼, 향후 실적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 선별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로봇 대장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03배에 달한다.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8억원인데, 9월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순이익보다 400배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로보스타, 로보티즈, 로보로보 등의 PER 역시 100배를 웃돈다. 코스피와 코스닥 주요 종목으로 구성된 KRX100, KRX300지수의 PER이 10월 4일 종가 기준 각각 20배, 18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로봇주와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기업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수한 전략적 파트너를 보유하거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한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며 “명확한 수요처가 없다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한 수요 창출 능력이 중요한 성장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고도화된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등 범용성을 갖춘 로봇을 개발하거나 다양한 로봇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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