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억 대작 ‘무빙’…제작사는 주가 빌빌
IP 독립 없으면 콘텐츠 식민지 전락 우려
‘무빙이 (가입자 수를) 무빙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얘기다. 강풀 원작 웹툰을 색다르게 재해석하고 등장인물의 호연까지 뒷받침되며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디즈니플러스 아태 지역은 물론 미국 훌루에서 공개 첫 주 한국 오리지널 중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그 덕에 한국 디즈니플러스는 일평균 이용자 수(DAU)가 100만명을 돌파하며 OTT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반면 한숨 푹푹 쉬는 곳도 있다. 드라마 제작사다. 제작비를 통째로 받아 돈 걱정 없이 제작하기는 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격이 많아서다. 아무리 잘 만들어 흥행 대박이 났다 해도 IP(지식재산권)가 없으니 생긴 현상이다. 영화 시장 역시 OTT 득세로 극장가 히트작을 찾기 어렵다. 이러다 ‘콘텐츠 종주국’에서 ‘OTT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내외 우려에 휩싸인 K콘텐츠 제작 시장을 점검해본 배경이다.
영화 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기생충’ 제작사로 유명한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지난해 12월 1200원대였던 것이 올해 10월 600원대에서 움직인다. 그나마 영화 ‘밀수’ 선전으로 체면치레를 했다는 NEW마저도 주가는 연초 대비 계속 내리막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흥행작이 나오면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작품이 흥행해도 제작사 주가는 조용하거나 오히려 하강하는 경향이 더 짙다.
이를 곱씹어보면 제작사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외부 환경 요인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영세하다. 대기업 계열인 스튜디오드래곤이나 콘텐트리중앙이 그나마 매출 5000억원 이상 정도고 독립계 중에서는 NEW 정도가 매출액 1500억원대다. 여타 제작 계열 상장사는 매출액이 1000억원 이하다. 그런데 제작비는 계속 오름세다. OTT 간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그런데 각 제작사가 영세하다 보니 ‘대작’을 자체 자금으로 만들지 못하고 ‘납품’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누렸던 ‘부가 수익’이 전무(全無)해졌다.
영화 제작사 사정도 대동소이하다. 통상 영화는 ‘기획 → 투자 → 제작 → 영화관 유통 → 2차 판권 시장 유통’ 단계를 거쳐 제작된다. 대기업 계열은 5단계 모두를, 중소 독립 제작사는 통상 앞 3단계를 책임진다.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이 무너지면서 영화관 유통, 2차 판권 시장을 OTT가 거의 가져가버렸다. 엔데믹(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 제작도 OTT 종속
물론 원인 분석이 됐다면 대안은 마련하면 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글로벌 OTT 혹은 방송사 등 대기업에 ‘할 말’을 하려면 자금력을 갖춰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기업 계열을 제외하면 이런 접근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 지원 콘텐츠 펀드 조성, 세제 혜택 등 정책 보완을 얘기하는 전문가도 많다. 여기에 더해 민간 차원 자본력을 갖춘 제작사 연합군 등장론도 나온다.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는 “제작사가 살길을 모색하지 못하면 K콘텐츠가 머지않아 위기가 올 수 있다. 핵심은 IP 확보다. 국내외 히트작을 많이 배출한 제작사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각 프로젝트별로 해외 자금 유치 등 대안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또 대작에 국한하지 않고 숏폼, 단편, 시즌 시리즈물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좀 더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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