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린 '하마스 배후' 아냐"…美 "이란 자금 재동결 가능"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된 가운데 처음 나온 이란 최고위 인사의 공식 입장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0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편을 드는 자들은 지난 2~3일간의 행동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고 연설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어 이스라엘을 “사악하고 잔혹한 적”이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은 이번 패배에 온전히 책임이 있는데도 희생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능숙하고 총명한 작전 설계자들과 팔레스타인 젊은이의 이마와 팔에 입을 맞춘다”며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이란 타스님뉴스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하루 뒤인 지난 8일 하마스의 연계조직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 지도자 지아드 알나칼라에 전화해 “이같은 혁신적 작전은 이슬람 공동체에 진정한 기쁨”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등 서방에선 하마스의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전화브리핑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한 이란의 역할과 관련 “‘스모킹건(smoking gunㆍ확실한 증거)’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은 하마스를 다년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전화브리핑에 이어 10일(현지 시간)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 은행에 보관된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에 대해 “언제든 다시 동결하는 게 가능하다”며 “그 돈은 아직 카타르 은행에 예치돼 있고, 재동결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자금은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으로, 미국은 이란과 수감자 교환 협상을 타결 짓는 과정에서 해당 자금을 인도주의적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이란에 제공되도록 했다.
커비 조정관이 해당 자금의 재동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 카드의 성격인 것으로 해석된다.
커비 조정관은 다만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보지 못했다”고 재확인한 뒤 “(미국의 지원은)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지키고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잡는 데 필요한 탄약, 무기, 도구를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 1차분이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고, 추가 안보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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